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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y 11. 2016

인연의 무게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썰물처럼 떠나간 그대들

12월생인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척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생활한다고 유치원친구의 엄마들은 물론 이웃엄마들과도 교류가 없었으니 엄마커뮤니티가 아이들 커뮤니티된다는 소문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12월생 아이가 생일 빠른 다른 친구들에게 치이지 않을까 염려도 되더라.


그렇게 두려움과 걱정으로 입학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도 나도 너무나 고마운 인연을 만났다. 아들 맘 세명과 딸 맘 세 명으로 이루어진 6인방엄마들. 하나같이 예의바르고 상대를 배려하며 베푸는 정많은 엄마들이었고 아이들 역시 바르게 학교생활 잘하는 예쁜 아이들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돕고 챙기며 뒤늦게 만났지만 정이란 것이 소록소록 쌓여갔다.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떠날 때 눈물을 흘리며 인사해 주고 찬 바람 부는 겨울이면 우리 가족 추울까 내의와 경량패딩 등을 챙겨 보내주던 엄마들이다.


봄 단기 방학을 맞아 이 엄마들이 아이들을 이끌고 멀리 핀란드에 방문했다. 말이 쉽지 여기가 어디라고 아이들을 이끌고 비행기로 이 먼 곳까지 날아올 생각을 했을까... 본인들의 짐가방보다 우리 가족에게 전해 줄 식재료며 학용품 등 귀한 한국물품들을 담은 보따리가 더 크더라.


동생들과 엄마들은 시내의 호텔에서 머물고 큰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낮에는 나가 관광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잠자리에 들어 수다를 떠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파크와 어린 동생들과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쇼핑몰로 나누어 이동시켜 주고 유명관광지는 함께 다녔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이동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근 일년만에 낯선 땅에서 만났건만, 어제 본듯 편하고 즐거운 이들이다. 저녁이면 고기를 굽고 국수도 삶아먹으며 밖에서 외국음식에 지친 입맛을 달랬다. 한국사람은 어딜가든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하니 참 묘한 일이다. 외국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도 집떠나 여행을 하다 보면 밥생각이 간절한데 한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은 오죽하랴. 한국음식점이 없는 곳이라 집나가면 연어밖에 먹을 것이 없는 이곳... 아침부터 삼계탕을 끓여 먹인다. 노는 것도 속이 든든해야 실컷 노니까~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이 너무 궁금했던 Tilly와 Gabby는 엄마들과 함께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나의 한국친구들과 핀란드친구들을 서로 소개하고 큰 아이의 한국친구, 핀란드친구들을 서로 소개했다. 기꺼이 참석하여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해 준 Susanna와 Alison



밀물처럼 몰려와 시끌벅쩍 우리 동네를 들었다 놓고는 썰물빠지듯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아로새긴체로...


잘살고 있는 거 봤으니 되었다. 건강하게만 지내라..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워 서로를 붙들고 한참을 인사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여기가 어디라고 여까지 왔어... 조심해서들 가...

와줘서 반가웠고 고마웠어...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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