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y 14. 2016

핀란드라서 맡아 보는 비냄새

저절로 느려지는 삶

지난 밤부터 비가 내린다.

요란하지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한 빗방울이다.


데크에 아로새겨진 동그라미의 파장들

잔디에 맺히는 빗방울들

그리고 상쾌하면서도 조금은 비릿한 맑은 비냄새


비냄새를 마지막으로 맡아 본 적이 언제였더라...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본다.

수년 전 우면동 산사태로 유명했던 그 여름

우면산의 흙더미는 우리 아파트 주차장까지 덮쳐왔고 투박한 흙냄새와 비릿한 비냄새가 14층까지 올라왔었다.

그게 마지막인가?

조금더 생각에 잠긴다.

미국에서 만났던 토네이도의 매서움이 떠오른다.어디론가 피하고 싶었던 빗방울의 흔적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코끝에 집중하여 비냄새를 탐닉해 본 적이 없구나...


싱그러운 감칠 맛이 느껴진다. 40년이 넘도록 깨닫지 못한 냄새다. 조바심도 욕심도 저절로 내려놓게 되는 이곳의 삶은 여유와 함께 이전에는 미처 만나보지 못했던 인생의 맛을 선물한다.


핀란드 생활이 내 인생에 주는 선물이다.


데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표현이 안된다. 비냄새는 또 어찌 표현하랴. 그저 비냄새를 맡으며 끄적이는 이 시간만이 기억되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핀란드에도 봄은 오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