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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y 20. 2016

핀란드에 대한 오해와 내가 겪은 현실 # 1

핀란드사람들과는 친해지기 어렵다던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일 직항이 뜨고, 헬싱키 반타공항까지 불과 9시간도 걸리지 않는 생각외로 가까운 핀란드.


내가 핀란드로 이사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지인들은 밑도 끝도 없이 '정말 좋겠다', ' 진짜 부럽다'의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이들의 공식언어인 핀란드어를 전혀 할 줄 모르며, 핀란드 전역에 교환학생 등 1인가구 포함 200여명이 조금 넘는 한인이 거주한다는 점, 수도인 헬싱키가 아닌 다른 도시인 투르크는 제2,3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인식당은 커녕 한인마트도 없다는 점 등은 아무런 고려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잡지에서 보았던 북유럽스타일 부엌과 인테리어가 좋았고 북유럽감성의 아동복이라는 이름으로 너도 나도 이름붙여 팔고 있는 쇼핑몰의 이미지들이 예뻤던 까닭이리라.


인테리어가 감각적이든 아동복이 시크하든 나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야 했기에 이주 전 인터넷을 통해 필사의 힘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주로 교환학생이거나 핀란드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하여 핀란드에 거주하는 젊은 새댁들의 이야기다. 나처럼 다 큰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이주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들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몇몇가지에 휘둘려 근심거리만 얻게 되었다.


그중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핀란드 사람들은 친해지기 어려운 폐쇄적인 사람들이라는 그들의 주장, 과연 진실인가? 이제부터 내가 겪은 핀란드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핀란드 사람과는 친해지지 어렵다. 나는 내 이웃과 '하이'라는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인터넷을 떠돌다 발견한 어느 블로거의 충격적인 글이다. 저런 나라에서 어찌 살아가리오. 이주 전 내가 겪은 불안감은 어마어마했다. 내 기준에 따라 결론을 내려 본다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나는 지금 우리집으로 이사오기 전, 정확히는 집을 보러 잠시 들렀을 때 마주친 옆집 부부가 우리 가족을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하이' 해주었다.


내 얼굴에 인사를 부르는 주문이 적혀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들뿐 아니라 나의 이웃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살가웠다. 산책길을 오가며 마주치는 이들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마을 입구를 지나는 차량은 오갈때마다 서로에게 손을 흔든다.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는 그 마을의 특성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내가 이 마을에 이사오기 전 한달여 머물던 시내의 원룸아파트에서는 이곳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언제라도 떠나고 새 사람이 이사오는 공간, 가족들이 오순도순 터를 잡고 모여살기 보다 일자리를 위해, 혹은 학업을 위해 모여든 타지인들의 집합체이다. 그곳 사람들은 덜 친밀했고 덜 살가웠다. 그래도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거나 건물 현관문을 서로 잡아주거나 할 때 '하이' 정도는 주고 받았다.


내가 먼저 인사했는지, 그들이 먼저 인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핀란드에 이주해서 살아가는 외지인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특히나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드는 미국에 비하면 외지인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외지인이 많고 한인이 많은 곳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살갑지 않아도 너무나 낯선 곳,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라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다.


핀란드 사람들과는 친해지기 어렵다고 오해하는 첫번째 이유는 핀란드에서 오래 살며 그들과 부대끼며 지내온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핀란드사람과 친해진 사람의 수가 적어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들은 오랫동안 이웃들이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마을이 아닌 도시의 복잡하고 이동이 많은 단지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이유는 핀란드에 건너와 지낸 사람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가족 단위로 건너와 다른 가족들과 어울려 지낸 이주민들의 비율에 비해 교환학생, 유학생 1인가구가 절대적으로 많고 남편 혹은 아내를 따라 이주한 젊은 새댁, 새신랑이 많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학교에서 많은 학부형들과 선생님을 만난다. 이들은 내가 만나고 교류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는 훌륭한 집단이다. 유학생이나 이제 막 결혼해서 이사온 젊은 그들은 가질 수 없는 친해질 수 있는 대상이 내게는 있다는 사실.


마지막으로는 내 마음 속의 친밀감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좌우되는데 나는 소심하기 보다 적극적이고 숨기보다 다가서는 성격이다. '저 사람과는 친해지기 어려울거야'라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도 분명 그 마음을 느낀다. 그런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친절을 베풀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그들은 내가 나타나기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들 나름대로 잘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아쉬운 건 그들이 아니라 나란 이야기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웃는다. 다음날 다시 마주치면 그는 좀더 나를 가까이 여긴다. 한참을 인사만 하고 지내다가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내가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방법은 먼저 인사건네기이다. 6개월이나 이웃이 인사를 할때까지 나는 무얼하고 있었는가? 그 이웃은 ' 한국사람은 정말 친해지기 어렵구나, 6개월이 지나도 아는 체를 않기에 내가 먼저 인사해봤다니까?' 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학교 첫등교일, 지하강당에서는 신규 학부모들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물론 이는 비공식행사이며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간단한 티타임의 성격이었다. 아는 사람도 한 명 없고, 이 도시에 이사온지 나흘밖에 안된 나지만 용감하게 모임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Alison을 처음 만났고 그 자리에서 인사했던 이들에게 학교주차장에서, 현관에서 끊임없이 인사를 건냈다. 이들은 지금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있고 나의 정착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Susanna 역시 매일 아이들 하교길에 만나 인사를 하는 것으로 인연을 맺은, 지금은 둘도 없는 나의 절친이다. 단언컨대, 내 평생을 통틀어 단 한 명의 social butterfly를 꼽으라면 그 사람은 Susanna다. 그녀는 핀란드인이고 그녀의 남편도 시부모도 모두 핀란드인이다. 핀란드인도 친절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은 핀란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귀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아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


내 얼굴을 바라보자, 웃으며 인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를 경계하고 있는가!


전자의 경우라면 핀란드사람과도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다.


첫번째 오해는 이렇게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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