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y 19. 2016

핀란드 아이들의 봉사활동

자선 카페테리아에서 은근슬쩍 한국알리기

작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학부모들에게 협조요청 메세지를 보내셨네요.


이번 주 금요일 Art show행사에서 작은 아이의 반 친구들은 자선 카페테리아를 열어 아프리카 빈곤국가의 아이들에게 성금을 보낸다고 합니다. 집에서 구운 각종 쿠키와 케이크는 물론 음료와 일회용 컵, 접시, 냅킨 등 필요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


아이들의 모금행사는 이번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준비해 온 봉사활동의 일환입니다. 학교는 공신력있는 기관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의 사연을 수집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각각의 사연의 소개하고 우리 반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을 도울지 토론한 뒤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선택합니다. 그 뒤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도울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합리적이며 현실성있는 의견들을 취합하여 함께 준비합니다. 자선 카페테리아는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교장선생님 및 다른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금번에 개최되는 Art show에서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메세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 답신을 합니다.


' 카페테리아에서는 생각외로 금방 배가 불러지거나 더이상 단 것이 먹고 싶지 않아 기대한 것만큼 빵과 음료를 못팔 수도 있을 것 같아. 포츈 캔디를 팔면 어떨까? 사탕을 한 두개 넣어 간단히 포장한 뒤 포츈쿠키처럼 행운의 메세지를 적어 넣는거야. 딱히 뭘 먹고 싶지 않아도 재미삼아 사볼 수 있쟎아, 내가 샘플을 만들어서 보낼께. 필요하면 많이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만드는 방법도 아주 쉽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한두개씩만 만들어도 많은 양을 만들 수 있고 아이들도 즐거울거야.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내가 가서 같이 만들고 설명하며 도울께'


이런 사연으로 포츈쿠키도 아닌 포츈 캔디라는 것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You are so great, wonderful, awsome....... 온갖 칭찬의 말은 다 들은 것 같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가족, 한국엄마의 모습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게 됩니다. 한국에서야 학교일에 적극적으로 도우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고, 혹시나 무슨 말이 나올까 두려워 학교 역시 드러내서 적극적인 학부모의 모습은 피하게 마련입니다만 학부모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행사 및 운영이 이루어지는 미국, 그리고 이곳 핀란드에서는 많이 도울수록 서로에게 좋은 일이랍니다.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도울수록 학교와 아이들이 즐거워 지니까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탓에, 적응에 필요한 시간이 존재하기에, 그리고 언어의 문제때문에 외국에서 한국맘의 모습은 소극적이거나 주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한국맘이 없답니다. 내가 보여주는 모습이 한국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다소 귀찮더라도 나서게 됩니다.


미국아이들도 열광하던 마이쭈와 새콤달콤은 얼마전 한국에서 이곳을 방문한 친구들이 한 보따리 챙겨다 준 덕에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간식으로 가끔 넣어준 마이쭈와 새콤달콤의 맛에 푹 빠진 핀란드아이들을 떠올리며 포츈캔디에 마이쭈와 새콤달콤를 담습니다.


말랑카우를 아시나요? 포장 겉면에 사랑해, 고마워, 우리 가족 화이팅, 힘내 등 한글로 예쁜 의미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가져다 준 덕에 말랑카우도 참 많아요. 말랑카우를 넣은 포츈캔디에는 포장지에 적힌 말을 영어로 옮겨 적어 포츈 메세지를 넣었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도 자주 말하곤 했는데 이곳 친구들도 한글이 참 예쁜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좋아합니다.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달라고 해서 연습하기도 하고 예쁜 메모지에 적어 간직하기도 해요.


오늘 오후엔 포츈 쿠키를 한보따리 만들었어요.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말랑카우에 적힌 한글에도 많은 관심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학구열로 유명한 00동에는 휴일마다 관광버스가 엄마들을 태우려 기다린다고 합니다. 봉사점수를 확보해야 하는 아이대신 엄마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확인서를 받아온다고 하더군요.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에서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상당부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단면이 소문으로 퍼진 것 아닐까요.


봉사점수를 기록하지도 않고 자원봉사 운영 사이트도 없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봉사와 나눔에 대하여 깊숙히 이해하고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핀란드에 대한 오해와 내가 겪은 현실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