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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1. 2016

핀란드 구석구석-Kauppa Halli

Turku 숨은 명소 세 번째

이 길을 몇 번이나 지나고도 이 건물안 세상이 어떨지 상상해 보지 않았다. 여느 건물들처럼 그냥 건물이 그렇게 그곳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지나치곤 했는데, 어느날 남편이 말한다. 저 건물안에 재래시장이 있는데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를 주로 팔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차차 핀란드 아주머니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을 통해 확인한 바, 이곳의 식재료 품질이 가장 좋단다.


비록 생선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연어를 비롯한 생선류를 주로 파는 가게에는 간혹 새우초밥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깡깡 얼어있지만 잘 녹여 살살 뜯은 뒤 초밥을 만들어 주면 그것만으로도 딸아이들은 천국을 맛볼 수 있다.

매우 다양한 부위의 고기도 구입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불고기감이나 삼겹살 등은 찾을 수가 없다. 르쿠르제 냄비와 오랜 사랑에 빠져 있는 나는 국물요리를 자주 하는데 양지머리를 구하기 어려워 매번 애를 먹는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국거리가 있는지 기웃기웃


각양각색의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도 있고 Turku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초밥집도 있다. 가게 내부가 좁은 편이라 쾌적한 식사는 어렵지만 초밥을 맛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일 뿐더러 포장도 가능하기에 강가에 소풍가는 길에 들러 초밥을 구매할 수도 있다. 갑자기 왠 소풍이냐면, 이 건물을 나서면 두 블럭쯤 아래로 강이 이어지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면 Hansa 쇼핑몰이 바로 보인다. 그 쇼핑몰 옆이 바로 광장이다.참고로 점심부페로 소개했던 Koulu 도 가까이에 있다.



우연히 어느 분의 Turku 여행기를 인터넷에서 읽었는데 Hansa 안 부페에서 식사한 이야기를 올리셨더라. 그 분을 진작 알았더라면 Hansa 밖으로 나오시기만 해도 다양한 식당의 점심부페가 기다리고 있다고 추천해 드렸을 텐데 매우 아쉽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저렴하고 맛있게 식사한 경험이 있는가? 나는 안타깝게도 그런 기억이 없다. 이곳의 쇼핑몰 역시, 오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인지라 추천할 만한 음식점은 없는 것 같다.


이 재래시장의 음식점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은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색다른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느끼고 차나 캔디같은 기념품을 구입하기에도 좋다. 한 번 들러 식사까지 즐길 수 있으니 상당히 매력적인 장소이다. 연어와 빵에 질린 입맛은 미소국 한 사발과 초밥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강가를 산책하던 중 우리 부부보다 연배가 조금 더 되보이시는 두분이 한국분이냐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하신다. 여행을 오신 부부이신데 우리가 이곳 거주민임을 아시고는 제일 먼저 물으신 것이 , ' 빵만 먹으니 죽겠다.... 혹시 한국음식점 없느냐?' 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한국음식점은 없으니 매콤한 것이라도 괜찮으시면 시내 안쪽에 중국음식점과 시장쪽 초밥집이 있다며 설명해 드렸다.


외국에 살면 여행을 다닐 기회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데 결혼전부터 여행을 위해 번 돈을 모두 사용하곤 했던 나와 강철체력 남편, 그런 부모를 꼭 닮은 딸들덕분에 소위 crazy family라고 불리울 정도의 여행을 해 왔다. 수백여 곳에서 만난 많은 한국관광객 중 인사를 나눈 한국인 관광객은 이 분들을 포함하여 단 두번이다. 첫 번째는 로스앤젤레스 해편의 호텔 엘레베이터, 역시나 연배가 한참 더 되시는 부부 세쌍이 다른 짐들과 함께 전기밥솥을 싣고 우리와 함께 내려가던 중이었다. 밥솥이 살짝 신경쓰이셨는지, ' 이 나이되면 밥솥 싣고 다녀야 해요~ ' 아마 그 분들은 미국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여행객이셨을 것이다. ' 하하, 젊은 저희도 비슷해요, 저희도 방에 밥솥있어요~' 미국 자동차여행자들에게 물어보자! 밥솥 필수다.


강가의 부부에게 한국음식점 대용의 식당을 알려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 저 분들 한국음식점 아니었어도 아는 척 하셨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상하다....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반가울 법도 한데, 서로 불편해 한다. 나 역시도 마냥 반갑게 아는 척 할 수 없는데 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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