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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n 02. 2016

조금 낯선 풍경의 졸업식

핀란드 학교의 졸업식

가을학기제를 따르는 핀란드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나면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6학년인 학생들은 졸업을 하게 되고요.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TIS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음악수업에 배운 것들을 발표하는가 보구나' 콘서트라는 이름만 듣고 혼자 추측해 보았습니다. 졸업식과 종업식을 겸한 행사라 하더군요. 졸업식은 몰라도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종업식이라니...


1학년 아이들의 단체 공연이 어설프지만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지난 행사에서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Panny의 노래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서고 역시나 강당에 모인 모두가 함께 노래를 했답니다.

( 학예회보다가 눈물흘린 사연 ....

https://brunch.co.kr/@lifeinfinland/100 )


1년동안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했던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참석한 부모님들과 가족들이 하나라도 놓칠세라 영상에 집중하고 어린 친구들은 반친구의 모습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친구의 이름을 외치며 즐거워합니다.


한 해동안 아이들이 이렇게 보냈구나... 벌써 일년이구나...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서너명의 아이를 호명합니다. 경쟁없는 평등교육이 이념이라더니 별 수 없이 우수학생 시상을 하는구나 싶어 귀기울입니다.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네요. 후보로 오른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교생이 투표를 했답니다. 상이름은 smile face


딸들이 여행을 하느라 결석을 했던 어느날엔가 이루어진 일이라더군요. 그래서 전해 들은 바가 없었나 봅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은 항상 재잘거리는 아이들이라 학교 돌아가는 사정은 훤히 알 수 있거든요.


개근상, 우등상을 시상하고 교외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에게 표창장을 주던 내 기억속의 졸업식을 떠올립니다. 상받은 아이와 부모님만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승자들의 축제였어요.


학부모회에 감사인사를 한다며 아이들이 만든 큰 카드와 작은 선물을 줍니다. 멍하니 딴청하다가 단상에 나갈 타이밍을 놓쳤어요. 왠지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같은 줄에 앉아있던 Celeste와 Johanna가 왜 안나왔냐며 큰 카드를 보여줍니다.


PTA 멤버들의 출신국 국기를 그렸네요. 덕분에 태극기도 올라가 있습니다. 저 태극기를 그린 핀란드아이는 누구일까요? 건곤감리를 제대로 그린 것 보니 신경써서 그렸나 봅니다.


곧이어 특별인사가 있겠답니다. 한 해 동안 학교의 발전과 아이들의 활동을 위해 특히 힘써준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린다며 두세명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상한 발음때문에 내 이름인지도 모르겠고 들리는 건 Han뿐입니다. 나를 부르는 것이 맞는지 듣고도 모르겠습니다. 교장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내가 맞냐며 눈짓으로 대화합니다. 빨리 나오랍니다.


종업식에서 이런 것도 하는 줄 몰랐네요. 한국에서 라면 이런 시상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겠지요? 학교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도울 수 있는 일들을 도왔지만 학교를 위해서라기 보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마음이었는데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1학년 아이들이 6학년 아이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 건내 줍니다. 6학년은 1학년이 처음 입학했을 때 버디라고 해서 한 명씩 짝을 이뤄 학교생활을 지도하고 챙겨주었습니다. 덕분에 1학년 아이들은 무사히 2학년에 올라가게 되었구요. 감사의 인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졸업 축하란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로 낯선 일들 투성이였던 핀란드학교의 종업식, 졸업식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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