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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n 08. 2016

꺼내 보는 소중함, Botanic garden

Turun botanic garden 나들이

햇살이 눈부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눈부시다는 표현말고 더 어울리는 말을 찾기 어려워 그저 눈부시다 말할 수밖에...


라벤타향가득한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지난 겨울 keep해 두었던 botanic garden나들이를 준비한다. 햇살이 눈부신 계절까지 묻어두었다가 딸들과 나서야겠다 생각해왔던 곳이다.


Susanna, Alison과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바닷가 카페에 차마시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뾰족한 유리구조물이 마른 가지사이로 보이더라.


Susanna, 저기 저 유리건물이 뭐야?

아, 저거 Botanic garden.


우리를 태운 Alison의 차는 쌩하고 곁을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 주변 위치와 이름을 기억해 두려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지금은 좀 황량해 보이지만 푸른 잎이 무성하고 꽃이 피는 계절엔 들러볼만 하겠구나 싶은 마음을 품은 채 반년이 지났다.


햇살이, 바람이 봄기운에 살랑일 무렵부터 이 길을 오갈 때마다 딸들과 함께 시간이 나길 기다렸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철망 펜스를 지나면 혹시나 꽃길이 나를 반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간직했다.


지금껏 기다리길 잘했다.

초록세상 사이로 과하지 않게 고개를 내민 꽃송이들이 반갑다. 한천군작가님은 이 꽃들의 이름을 아실까? 브런치를 통해 꽃이야기 고운 글들을 전해 주시는 작가님이 떠올랐다.

딸들과 같이 오길 잘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걷는 딸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장난하며 웃는 딸들의 얼굴이 꽃보다 곱다.


지난 겨울, 혼자 들러보았다면 담을 수 없는 풍경과 딸들의 미소다. 두 아이가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아닌 엄마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낯설고 억울하던 시절도 있었다. 역시나 기다리길 잘했다. 너희를 만나기까지, 너희가 사랑스럽게 자라주는 날들까지 기다리길 잘했다.


얘들아, 고맙다. 지금은 마냥 고맙다.

보석처럼 반짝반짝 내곁에 있어주어서 고맙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오늘의 추억도 한 조각 꺼내보자꾸나. 눈부시게 햇살이 빛나던 오늘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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