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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n 14. 2016

엄마의 선택

월요일에 나 좀 도와줄 수 있니?


헬싱키에서 여름 축제를 즐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작은 딸의 친구, Aida의 엄마 Annu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건축디자인일을 하는 Annu는 출장도 많고 외국손님과의 미팅도 많다. 바쁜 직장맘이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는 주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을 때다.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에서 출장온 사람들과 종일 회의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마침 Aida의 아빠는 예정에 없던 출장을 가게 되었단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 도움을 요청하던 베이비시터는 휴가차 본국에 가있단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딸들만 두고 나가기가.... 너무 마음에 걸려.... 혹시 잠시라도 좋으니 너네 집에서 우리 딸들이 오후에 놀아도 될까?


그 마음 백 번 이해한다. 친정어머니에, 시부모님에, 여동생, 시누, 친한 친구엄마들까지 내가 일하는 동안 나대신 아이와 함께 있어줄 사람을 찾느라... 염치불구하고 입을 열어야 했던 그 조마조마함을 어찌 잊으랴...


Annu, 걱정마...

그리고 나한테 물어봐주어서 고마워.

내가 어제부터 헬싱키인데 늦게나 집에 갈꺼야...그래서 내일 아침부터 움직이기는 곤란하지만 청소를 하고 장을 보고 나서라면 내가 네 딸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모래 Gemma집에서 play date를 하기로 했으니 화요일 대신 내일 오전에 Katie네 집에서 좀 놀고 있으면 내가 청소마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갈께. 수영장 데리고 갈까? Gemma에게 물어볼께


Gemma도 기꺼이 Annu를 돕기로 한다. 그렇게 Annu는 오늘도 위태롭게 일과 자녀양육사이에서 하루를 위기의 넘겼다. 직장여성의 천국이라 하는 핀란드에서도 일하는 엄마들은 언제나 아이와 일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엄마,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하고 싶은걸까?


Katie엄마에서 자기 엄마의 품으로 옮겨 다니며 잠시나마 엄마의 자리를 나눠가진 Aida와 여동생 Bea가 안스러운지 친구가 돌아가고 난 뒤 엄마에게 슬며시 묻는다.


엄마이기 이전에 자기 일을 사랑했던 사람인걸...


아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엄마, 엄마는 일을 그만두어서 내가 행복해... 엄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가만히 품으로 파고든다.


나, 행복하니?


반반


덕분에 세 집의 아이들이 수영장에 몰려가 신나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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