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Jun 23. 2016

Malathi, 언니의 귀환

헬싱키에는 널 만나러 온거야!

가족 모두가 Vegan인 까닭에 식사 장소를 고르기가 까다로웠다. 특히나 특별한 음식이라고는 연어밖에 없는 핀란드에서는 말이다. 헬싱키 시내에서 멀지 않은 cafe Ekberg는 다양한 빵을 준비하고 있으니 샐러드와 빵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 Cafe Ekberg에서 약속을 잡는다.


입구에 들어서자 시카고에서 날아온 언니, Malathi가 딸들과 함께 앉아 있다.


Mali!!!!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부른다. 안그래도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그녀는 1년반 전 미국에서나 지금이나 여전히 활달한 미소로 나를 맞이한다.


oh, my god!!!!!!!! fianlly!!!! we meet again!!!!!!!!

in Helsinki!!!!!!!


쟤는 뭔데 저 동양여자애를 안고 난리법석이지?


다소 근엄한 핀란드사람들의 얼굴이 의아하다는 호기심으로 가득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테이블 서너개를 가로질러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 그녀는 뼈가

으스러져라 나를 끌어안고는 들뜬 목소리로 수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으니...


친애하는 핀란드인 여러분, 이해해줘요.

얘는 미국에서도 참 수선스럽고 활달하기로 유명한 제 친구랍니다. 1년 반 전 미국에서 헤어진 뒤로 한국도 아닌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났어요. 정말 흥미진진하죠...


그녀의 딸 Mira와 Maya를 차례로 끌어안고 인사한다. 내딸들이 훌쩍 큰 것 만큼 그녀의 딸들도 많이 자랐다.


I have very very big news to give you!!!!! 로 시작된 속사포 뉴스, 그녀의 큰 딸 Mira는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여 이번 여름 방학이 끝나면 고등과정에 진학한다고 했다. 그녀의 자랑스러운 Mira는 12살이다. 명문 법대를 졸업하고 뉴욕bar를 패스한 엄마가 물심양면으로 자녀교육에 헌신한 성과중 하나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두 엄마이다 보니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교육강국의 이미지가 강한 핀란드의 학교 이야기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핀란드 교육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니? 얘들아, 너네 공부하기 힘드니? 수학은 어때?


too easy라는 아이들의 대답에 큰 소리로 웃는다.

역시 Korean!!!!


미국은 기프티드반이나 월반을 하쟎아? 그 애들이

10이라고 하면 2,3 혹은 0(우리는 nothing이라 표현했다)인 아이들도 많지? 이곳은 모두가 6이야... 2,3인 아이가 6이 될때까지 모두가 기다려... 6인 아이는 9,10을 위해 먼저 달리지 않아. 결국 대부분의 아이가 기초학력을 갖추는 의미에서 교육이 잘되어 있어. 이미 9,10을 할 수 있는 아이에게는 too easy인 거고 그건 그냥 아주 드문 경우로 아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오! 이런 socilaism, 핀란드랑 미국 중 어디가 살기 좋아?


음....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미국

하하하 그럴줄 알았어....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뒤, 미국땅에서 함께 만났던 친구들의 근황을 주고 받는다. 교수인 남편이 좀더 나은 평판의 대학으로 옮기고자 꾸준히 준비중이라서 언제까지 우리가 만나곤 했던 그 마을에 살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새로 이사를 하게 되면 그곳에서도 만나고 네가 한국에 돌아가면 서울에서도 만나자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녀는 내가 서울에 있는 동안 꼭 한 번은 서울에 방문할 것이다.


식당의 종업원에서 속닥거리더니 본인이 식사를 계산하려 한다. 나를 찾아온 손님이고 여기까지 와준 것만도 큰 선물이니 내가 사겠다고 하자 예의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You are my little sister... I'm your 언니!


오, 이런..... 언니의 귀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