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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2. 2016

산타마을에서 온 엽서

핀란드의 선물 첫 번째

산타마을 우체국 엘프들, 엘프들 뒤로 신타마을의 고유 우체국 소인이 보인다.





산타의 나라가 어디인지를 두고 핀란드와 스웨덴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핀란드에 산타마을이 있다는 이유로 막연히 '핀란드는 산타의 나라' 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산타마을에서 날아 온 특별한 선물에 지인들은, 정확히 말하면 지인의 어린 자녀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쇼핑몰의 가짜 산타말고 진짜 산타가 있는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꿈과 환상을 키우게 되었답니다.


미국에서 살 때 마을 복지관 같은 문화센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Santa call' 서비스를 한다며 신청하라는 작은 배너광고를 보았습니다. 일정 기간까지 연락받을 전화번호와 아이이름, 학교, 취미, 친구이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고 신청을 하면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타할아버지인 척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해 주는 서비스.


당시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생이었고 유치원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체육선생님 얼굴과 똑같았다거나 ' 애들이 눈치안채도록 화장실 뒤로 숨어 계시자'는 선생님들과 산타할아버지 역할자의 소근거림도 목격한 지라 , 산타는 없어! 라고 확신하던 중이었지요. '나는 산타란다. 네 이름은 00지? 사실 네 담임 선생님인 @@는 내 오랜 친구라 네게 전화했어. 네가 그렇게 수학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린다며?' 로 시작된 대화는 엄마가 미리 입력한 아이에 대한 정보로 가득했고 '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모든 것을 알고 계셔!' 라고 믿게 만들었지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아이들의 환상을 조금이나마 유지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저는 핀란드에 살면서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산타의 엽서를 준비했습니다.


헬싱키나 투르크, 탐페레 등 핀란드의 주요 도시가 있는 남쪽에서 북으로 열시간 이상 차로 달려가면 로바니에미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이 로바니에미에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다녀가신 산타마을이 있어요. 물론 로바니에미까지 비행기로 이동가능하지만 자동차로 미국 종단 횡단을 수차례 한 우리 가족은 열두세시간은 고민없이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산타마을에는 산타마을만의 고유 소인을 찍어 우편물을 발송하는 산타 우체국이 있어요. 이곳에서 엽서를 사서 작성한 뒤 보내도 되지만 마트에서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뒤 크리스마스 카드를 미리 써둡니다. 주소도 미리 확인해야 하고 무슨 말을 써 주면 좋을지 아이들의 엄마나 아빠인 지인에게 상의도 해야 하니까요...


기본 우표값만 지불하고 우표를 붙이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같은 요금으로 발송됩니다. 우표값은 물가가 오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서 블로그에 8Euroa 내고 보냈다는 분, 10 Euroa 내고 보냈다는 분 다양할 거에요.


같은 날 동시에 보낸 수십 개의 엽서와 카드들은 약 세 달에 걸쳐 잘 받았다는 인사로 '무사히 잘 갔구나'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같은 날 보냈다고 해서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표를 다 붙인 뒤 '이거 다 보내줘' 내밀자 바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 맞춰 보낼 지 물어보더군요.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자 방문했던 터라 일년을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바로 보내달라 했습니다. 간혹 분실되거나 다른 사정으로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산타마을에는 여러 가지 놀거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추천하라면 순록썰매를 추천합니다. snowmobile 같은 다른 놀거리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리조트에서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지만 순록썰매야말로 산타마을의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산타와 찍은 사진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물론 놀거리들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선택을 하긴 해야할 것 같아요. 비용이 만만하지는 않거든요. 어떤 짐승의 가죽인지는 모르지만 두툼한 가죽 두겹을 이불처럼 덮어주고 썰매를 끌어주는데 저 짐승가죽이불이 그리도 따뜻하더라며 딸아이들은 아문젠과 스콧대령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동물가죽옷과 모직코트의 대결은 결국 동물가죽옷의 아문젠의 승리로 끝났죠. 물론 그외 다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요


참고로 핀란드의 산타는 이렇게 곰같은 털옷을 입고 있다네요. 빨간 옷의 산타는 미국식이라 하는데 미국식 산타가 워낙 유명해진 탓에 핀란드 산타마을의 산타할아버지도 빨간 옷을 입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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