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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l 28. 2016

저절로 느려지는 삶

엄마! 난 빨리 어른이 되서 직장에 다니다가.... 직장 그만두게 되면 차 한 잔 마시며 책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빨리 그랬으면...


연이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칼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햇살아래 늘어져 있는 엄마가 딸아이 눈에는 퍽이나 여유로워 보였나 보다.


물끄러니 아이를 바라보며 묻는다.


공부하기 힘드니?


아니, 뭐 힘들지는 않아요. 한국친구들에 비하면 별로 하는 것도 없는걸... 엄마, 내가 엄마나 아빠가 졸업한 대학교... 그런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공부해서는 어림도 없지...


아무 생각없이 흘린 말에 아이의 멍한 얼굴이 근심으로 가득찬다.


한국에 돌아갈 것을 대비해 한국식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뒤쳐질 것이 늘 걱정이다. 이왕 이곳에 머무는 것을, 너무 겁을 주었나?


공부만이 길은 아니야,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행복한 삶, 만족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특히 요즘은 유명 대학을 졸업해도 자기 인생에 대한 길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며 인생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어. 다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애쓴 사람이 좀더 나은 삶을 살게 될 확률이 높다는 거야. 너희가 한국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희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은 아니야. 지금 처한 상황에서 노력한다면 그 노력의 에너지가 너희를 이끌꺼야. 엄마가 너희와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야. 공부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마...


문득, 참 못난 엄마구나... 반성하게 된다. 부족해도 만족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가르치지는 못할 망정, 남보다 더 갖기에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아이는 어디까지 얼마만큼 이해했을까~

다시금 흔들침대에 몸을 맡기고 햇살을 덮고 눕는다.


한국에서 친구가 선물해 준 아이스 빙빙으로 만든 슬러쉬 한 잔이 커피 잔 옆에 나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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