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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l 31. 2016

에스토니아 탈린 #1

나이가 들면서 여행의 색깔이 달라진다

헬싱키에서 배로 세시간 반, 조금 비싸지만 빠른 배를 타면 두 시간만에 도착하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중세시대 골목길과 시민들의 삶을 잘 볼 수 있는 여행지다.


유럽여행의 사진에 빠지지 않는 으리으리한 고성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거대한 교회도 없지만 소소한 담벼락과 빨간 지붕, 아기자기한 장터의 물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 좁고 잔잔한 발틱해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에스토니아로 떠나 보자.


헬싱키에서 배를 타고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많은 블러거들의 글에도 소개된 바 있는 탈린이지만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약간의 이질감을 느낀다. 내가 필요한 정보는 그들에게서 찾을 수 없다. 그들이 추천하고 선호하는 것이 내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학생들의 여행과 가족을 이룬 성인의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 많이도 다르다는 것이다.


낯선 이와 함께 하며 공동 부엌과 욕실을 사용하는 호스텔도 괜찮고 길거리에 앉아 종이접시에 담은 피자 한 조각을 먹어도 맛있기만 하면 괜찮은 젊은 학생시절의 여행의 낭만은 비용을 좀더 지불하고 안락함과 정갈함을 추구하는 중년의 여행으로 변모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여행도 다르지 않다.


20유로대의 가장 싼 배편을 찾아 탈린으로 건너갔다가 배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탈린을 돌며 시간에 쫓겨 돌아오는 여행대신 배삯이 조금 더 비싸도 크고 안전한, 그리고 빠른 배편을 선택한다. 블로그의 누구는 24유로에 다녀왔다는데 왜 난 244유로를 낸거지? 잘 몰라서 실수로 과다한 지출을 한 것으 아닌지 열심히 정보를 살펴 본다.


시간대와 요일은 물론이고 배의 종류와 크기 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인 배삯, 게다가 선박회사와 그들이 사용하는 항구와 터미널의 근접성과 주변 시설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마음에 드는 배로 정했고 가장 빠른 배를 골랐으니 비용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20년전의 나라면 그 사실을 알고는 편의와 선호를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한 내 자신을 탓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도리어 안도한다. 낼 만한 돈을 낸거니 잘한 거다라고...


비록 짧은 항해지만 커다란 배에는 편의시설도 더욱 다양해서 즐길 거리도 많다. 항해 시간이 짧아 이동을 위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배편이 다양해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돌아오는 시간을 고를 수 있다. 차를 배에 싣고 가면 쇼핑과 여행이 한결 수월해 진다.


안내하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한 대, 한 대 차례로 차를 운전하며 배에 싣는다. 터미널에서 이루어지는 승객용 체크 인 라인과 별도로 너른 주차장과 같은 공간에 줄을 서서 차에 앉아 체크 인을 하고 차를 싣는다. 표를 예약할 때 보니 차를 빨리 싣고 내릴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20유로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싫으면 20유로의 가치와 맞바꾸면 된다.


60유로 상당의 가치를 더 지불하면 비즈니스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다를 향해 마련된 안락한 쇼파와 공항 라운지와 같이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 주류가 제공된다.


좀 기다리면 되지 뭐하러 20유로를 더내, 그냥 이 서비스는 하지 말자..


인당 60유로면 돈 주고 사먹어도 좋은 걸 실컷 사먹겠구만 뭘 비즈니스라운지에 가, 그냥  배 안의 식당에서 맛있는 걸 사먹자!


우리도 아직은 젊은 여행자인가 보다. 모를 일이다 10년 후, 20년 후에는 20여분 줄서기 싫어서 비용을 지불하고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좋은 좌석을 찾아 식사하기 위해 부지런해져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지도...

세월이 흐를수록 여행의 색깔도 모습도 바뀌니까


자, 이제 탈린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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