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Jul 31. 2016

에스토니아 탈린 #2

중세로의 초대 1 - Olde Hansa

유럽여행 정보를 찾다 보면 중세로의 초대 고딕지구 또는 올드타운을 명소로 꼽는 경우가 많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따라 늘어 선 담벼락과 울퉁불퉁 돌바닥으로 대표되는 중세마을의 이미지!


흙담과 초가를 얹은 우리네 옛마을과 달라서인지 유럽여행의 로망을 자아내기 충분한 그 모습에 이끌려 많은 젊은 여행자들이 베낭을 메고 유럽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십여년 전 나도 그렇게 골목을 누볐고 유럽의 한 구석에 살고 있는 덕에 나이 든 지금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그 골목을 걷는다.


오늘은 수많은 중세로의 시간여행 중 가장 중세스러웠던 탈린의 모습을 소개한다.

잘 따라 오세요~^^ 여름이지만 긴 바지와 긴 팔 가디건, 어쩔 수 없다.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노천 카페가 즐비한 중심가로 들어가는 길에는 각 나라의 국기가 바람결에 펄럭이고 신나는 음악소리가 바람을 따라 날아다닌다.


고작 골목 하나에 들어섰을 뿐인데 휴양도시, 관광지에 도착한 느낌이 물씬 묻어 나온다. 사전 조사를 해 둔 식당을 찾아 걸어가던 중, 여기가 마음에 든다며 이곳에서 점심식사하기를 추천하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발길을 멈추고 들어선 곳은 Olde Hansa.

각종 블로그와 여행사이트에서 소개하는 탈린 최고의 명소 중 하나인 식당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골목 어느 방향으로 들어와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유쾌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들의 부름은 많은 이들을 이끌 법도 하다. 게다가 인근의 수많은 가게들이 Olde Hansa 계열사(?)인지 같은 이름의 간판을 걸고 영업중이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 보니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여인들이 창가에 걸터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음 멈추게 한다. 식당의 야외 테이블옆에 자리한 건물 입구에는 이 식당의 주인아저씨가 핸드메이드라 자랑하는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작은 가게가 있다.


모자를 쓴 아저씨가 Master란다. 식당에서 주문을 위해 기다리다가 아저씨가 보이길래 손을 들어 주문하겠다고 하자, 마치 연극배우같은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해준 바에 의하면 그렇다.


오~~~! 마이 레이디!!!!! 아임 어 마스터~~~!!!

그대의 아름다운 식사를 위해 내가 애들을 불러줄께요~~~!!!!


아, 저 아저씨가 마스터였구나...한 시도 쉬지 않고 이 가게 저 가게 Olde Hansa를 돌아다니며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주인이 부지런해야 가게가 잘 돌아간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누런 색 물병에 주목해 보시라,맥주를 주문하니 저 누런 토기에 맥주를 담아서 내어 준다. 우아하게 먹기는 쉽지 않다.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더니 남편이 한 마디 농을 한다.


장비같으니라고~


예쁘다,곱다 해줘도 모자랄 마누라에게 장비라니!

따져 본들 무엇하겠나~ 어깨를 들썩이며 유비형님도 한 잔 쭈우욱 들이키시죠~~~ 라며 너스레를 떤다. 우아하고 스윗할 수 없는 우리 부부의 일상


전통복장의 언니들이 아몬드에 설탕을 입혀 시식을 권하고 판매하고 있다. 역시나 Olde Hansa 언니들이다. 식당 바로 옆, 소품가게 바로 앞에서 16가지 맛의 향료와 다섯 가지 소금 등 기타 등등을 넣고 버무린다는 아몬드가 너무 맛있어서 4유로 주고 작은 봉지 하나를 사먹는다. 아몬드를 포장한 종이에도 Olde Hansa라고 그들 특유의 필체로 새겨져 있다. 이쯤 되면 거대기업같다.

메뉴판에서도, 계산서에도 느낄 수 있는 Olde Hansa의 향기


가격은 저렴하지 않으나 관광지 유명식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싸지 않은 4인 가족 90유로 선이었고, 음식맛은 근방의 식당 맛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괜찮았다. 다만 이 지역 음식이 익숙하지 않거나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는 메뉴판덕에 적당한 음식 주문에 실패했을 경우, 유명하다고 추천해서 왔더니 무척 별로야! 라고 말할 사람도 생길 수 있겠다.


음식맛이란, 개인 차가 너무 크니 음식맛으로 추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경쾌한 이곳 중심가의 분위기를 느끼며 전통복장을 한 직원들의 해맑은 서비스를 고려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신발 한 본 보세요~ 요정의 신발처럼 귀엽답니다.


주문한 샐러드에 파 잎이 한 줄기 올려져 있다. 이거 뭐지?

용무가 없더라도 화장실에 들러 보세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여행자의 호기심과 기대를 위해 생략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스토니아 탈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