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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01. 2016

에스토니아 탈린 #3

중세로의 초대 2- 마켓 광장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 중심에는 광장이 있고 이 광장에는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광장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그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 왔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의 광장에도 정겨운 시장이 열리는데 여느 도시의 광장마켓과 조금 다른 것은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꿀이나 잼, 시럽 등이 주를 이루는 다른 시장들에 비해 이곳은 수공예 소품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탈린의 광장마켓에 들르기 전부터 이곳 수공예품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생활용품과 소품들이 넘쳐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제는 어느덧 자라 친구같아진 두 딸아이와 호들갑을 떨며 발걸음을 바삐 옮겨본다.


엄마! 엄마! 이것 봐요!!!!

어머~~~~~나~~~ 이것 좀 봐~~ 너무 귀여워!!!!!


발길 닿는 대로 아무곳에나 멈춰 시선을 두어도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런 행인들을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는 할머니들이 천막으래 가판을 지키고 있다. 할머니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양말, 장갑이며 모자, 스웨터 등이 할머니의

미소와 더불어 더없이 포근하다.


이리 와봐... 이거 예쁘지?

빨간 털실과 하얀 털실로 짠 모자와 머플러 셋트를 작은 아이에게 직접 둘러 주시는 할머니


모자랑 연결되어 있어서 잃어버리지 않아... 내 손녀 말이야...모자랑 목도리를 해마다 셋트로 떠주곤 했는데 꼭 하나씩은 잃어버리더라...


이거 한 번 해봐, 너희는 세상에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이야, 그 손을 놓지마


물건을 팔겠다고 우리를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녀의 손녀딸인양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탈린의 할머니


얼마전 한국방문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할머니와 겹쳐진다.


안녕히 계세요~ 핀란드로 놀러오세요~


인사하는 딸들을 끝내 마지막까지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시던 아이들의 할머니


오래 전 우리의 할머니들이 베를 짜고 솜을 넣어 옷을 누볐듯이 에스토니아의 할머니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장갑을 뜨고 양모로 슬리퍼를 만들며 그들 나름의 사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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