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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02. 2016

에스토니아 탈린 # 4

이곳에도 커피향이 - Toompea

울퉁불퉁 돌바닥의 느낌이 발바닥에 전해진다. 돌로 쌓아 올린 담벼락도 정겹다.


여기 커피향 좋다!
여기서 커피마시고 가자~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엘 가든 커피향을 따라 카페에 들어가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남편이 작은 나무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커피향에 이끌려 가족을 불러들인다.


" 지금은 배불러서 조금 더 걷고 싶은데...조금 이따가 마시면 안될까?"


부부로 함께 한 시간 10년이 훌쩍 넘었다. 작은 아이도 만 열살이 넘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와서 카페에 들어앉아 있겠다는거야?'


짜증섞인 마음으로 분을 삭힌 세월이 십년넘었다는 뜻이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걸음했던 도시마다 함께했던 커피향이 함께 전해진다. 추억이 더욱 그윽해진다. 이젠 여행중이어도 끼니를 위해 식당을 찾고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하기 위해 숙소를 찾듯 추억의 향기를 더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골목골목을 걷다 보니 Toompea까지 오고 말았다. 탈린을 대표하는 빨간 지붕과 교회첨탑이 어우러진 풍경, 탈린의 올드타운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독일군이 점령 후 지은 요새, 톰페아성이 있으며 지금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는 분홍색 건물과 그 옆에 자리한 총독정원이라 불리우는 KUBERNERI ADE가 있는 곳.


탈린을 대표하는 풍경, 관광엽서 또는 기념자석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러시아 정교회 알렉산드르 네브스키도 있다. Novgorod의 왕자 알렉산드르 야오슬라비츠 네브스키에게 헌정된 쌩뜨 뻬떼르부륵 출신의 건축가가 지은 이 교회는 흡사 러시아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양파모양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과 러시아의 침략과 식민지로 기나긴 시련의 세월의 보내고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독립국가가 된 에스토니아, 이런 에스토니아의 독립을 누구보다 열렬히 지지했던 아일랜드의 대사관도 이 언덕에 있다.

지금은 에스토니아를 상징하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지만 덴마크, 러시아, 스웨덴 , 독일 등 유럽의 패권을 잡고 있던 강국의 국기가 차례로 휘날렸던 아픔의 상징 HERMANN TOWER앞에서 총독의 정원을 바라본다. 탈린에서 꼭 한 군데를 들러야 한다면 Toompea라고 할 만큼 수많은 명소가 밀집해 있는 이곳이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 부부에게 기억되는 Toompea는, 어쩌면 탈린은 가파른 돌계단을 기어올라가 마신 향긋한 커피 한 잔일지 모른다.


이곳에 카페가 있다고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성벽과 지붕에 집중하다 보면, 혹은 멀리 있는 규모가 큰 카페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간판이자 입구다. 저 가파른 계단이 카페의 입구일 줄이야


대략 2~3층 높이의 카페지만 계단이 매우 가팔라 벽에 붙여 둔 사슬을 붙들고 혹은 엉금엉금 두 팔로 계단을 짚어가며 오르기도 한다.

계단의 끄트머리에는 2인용 테이블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옆으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기다린 통로가 나온다. 그 통로끝에 가면 커피와 조각 케잌 등을 주문할 수 있다. 딸들은 초코머핀과 치즈케잌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자칫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은 다른 이의 발에 걸려 넘어질라 조심조심 빈 자리를 찾는다.


역시나 남편은 커피 두 잔을 조심스레 들고 온다. 그래 너로구나... 오래도록 탈린의 추억과 함께 기억될 이번 여행의 커피


뭐 들어간 커피 싫은데... 시간이 늦어 마일드한 것을 주문하느라 버거운 커피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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