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은 민족성인가?
헬조선
미개한 국민
어느 고아하다 못해 거만방자한 정치인이 국민들을 가리켜 개돼지라 하였고 국민들은 자조섞인 절망에 스스로를 개돼지라 칭하기도 한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단점도 크게 보이지만 장점 역시 크게 다가온다. 혹자는 국뽕이라 비난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만한 나라도 없다.
물론 몇몇 부분을 보면 참 답이 없기도 하지만 국민의료보험이나 경찰,소방관분들의 열악한 처우에도 봉사하는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시장의 비정상적인 팽창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지만 해외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이렇게 똑똑하고 성실히 교육에 임하는 민족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왜 노벨상하나 못받냐고, 세계 10위권 대학이 없느냐고 대한민국 교육의 장점마저 무시하고 폄하한다.
노벨상은 대학교육이상의 연구기반과 정부 또는 연구기업의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교육 잘받았다고해서 교육 잘받은 몇몇이 단순히 교육의 성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쾌거가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 상위권 대학 역시 장기적인 연구활동과 학문활동을 수행하느냐 여부로 판단한다. 또한 시간이 매우 많이 필요한 문제이다. 불과 50년전을 돌아보라, 이 짧은 기간에 이런 성과를 이루어 낸 우리들이다. 앞으로의 50년,100년이라면 또 무엇을 해낼지 모른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천국이라고 찬양받는 핀란드에서도 종류가 조금 다를 뿐 비슷한 정도의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시민의식이 형편없는 미개한 국민인가? 시민의식은 타고나는 민족성이자 DNA의 문제일까? 우리 스스로를 비난하고 폄하하는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 물어왔다.
오늘 어쩌면 그 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차량 운행이 별로 없는 한적한 도로의 건널목에 다다르자 자전거를 타던 한 소녀가 멈춰서더니 자전거에서 내린다. 좌우를 살피고 자전거를 끌고 건널목을 걸어 지나간다. 건널목을 다 건너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제 갈길을 간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널때는 어찌해야 하는지 잘 숙지하고 있구나, 그걸 또 철저하게 지키는구나!
핀란드에 이사와서 이곳 사람들의 준법정신과 질서의식을 보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운전 중, 밑도 끝도 없이 'my way'를 고집하는 노인층의 무단횡단에 여러차례 가슴을 쓸어내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행동이 무단횡단하는 본인은 물론 운전하는 사람에게까지 위험천만한 행동인지 잘 안다.
핀란드의 저 아이들은 우수한 시민의식의 DNA를 물려받은 훌륭한 민족이고, 무단횡단은 기본이고 건널목의 존재여부조차 관심두지 않은 그 노인들은 미개한 DNA의 열등한 민족인가?
조심스레 예상해 보건데, 생활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노인들은 발길닿는대로 걸어서 가던 길을 가면 그만인 시대를 살아왔다. 오래전 자동차도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던 그 시절에 그들은 그저 걸었고 파란 불일 때에만 건널목으로 건너야 한다는 교육따위는 받아보지 못하고 성장했다. 어려서 부터 질서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이들보다 좀더 낫고, 그들의 자식들은 좀더 나은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화된 시민의식을 어려서 부터 교육받고 체득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은 보다 선진화된 의식을 보여주지 않을까?
우리 동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공원의 한 켠에는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평소에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며 이 마을에서 아이들이 놀이삼아 안전교육을 몸에 익힌다. 건널목에 서고, 빨간 불에 멈추고, 정지 표지판을 보면 멈추고 양보표지판을 보면 속도를 줄이며 주위를 살핀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손을 들어 깜빡이를 켠다. 생활속에서 교통질서와 생활질서를 몸에 익힌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선진의식을 갖춘 시민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이 나라 최고의 계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실컷 즐기라고 미니 카 드라이빙을 렌트하고 있다. 150센티미터가 넘는 우리 아이들은 가장 큰 사이즈의 페달 자동차를 탄다. 키가 좀더 작은 Katie는 그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Katie의 막내 동생 이제 막 3돌이 조금 넘은 Ciran은 가장 작은 사이즈를 탄다.
어린 아이들 곁에는 부모들이 인도를 따라 걸으며 지금은 멈추는거야, 반대편에서 오는 아이가 먼저 왼쪽으로 간 뒤에 네가 가야해, 여기에 턱이 있지? 여기서는 속도를 줄여. 교통질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꺄아아악!!!!
장난이 심하고 에너지 넘치는 소년이 페달을 빨리 돌려 과속을 한 모양이다. 앞서 가던 미니 자동차의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야해,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하면 사고가 난단다. 저 아이가 다칠 수도 있었어. 보렴! 너보다 어린 아이야, 너처럼 빨리 가지 못해. 그럼 넌 저 아이와 부딪히지 않게 속도를 줄여야 했어
앞서 가던 아이를 들이받은 아이도, 이를 지켜보는 공원의 많은 아이들도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시민의식은 교육되는구나, 그 교육이란 어려서부터 체득되는 생할교육이구나, 우리는 미개하지 않아. 다만 교육이 덜 된 것 뿐이야.
그렇다면 우리도 교육에 힘쓰면 되쟎아?
로타리도 있고 신호등도 있고 모든 것이 차가 오가는 도로와 똑같이 꾸며져 있다.
주차의 중요성과 요령까지도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