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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06. 2016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 #2

비겔란 조각 공원, 희로애락을 말하다

든든히 한 상 차려 먹고 배로, 차로 달려온 피로를 잠시 풀고는 오슬로 시내로 나선다. 북유럽의 여름은 해가 길어 저녁까지 환하기 때문에 늦은 오후에 나선다 해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구스타프 비겔란이 작은 분수 조각을 오슬로 시에 기증을 했고 시의회는 이 조각을 청사앞에 두었는데 시민들의 인기가 대단한 것을 보고 비겔란의 다른 조각들과 함께 조각공원을 조성하기로 한다.


넓은 잔디와 숲으로 이루어진 Frognerf 공원의 일부로 조성된 조각공원에는 비겔란의 212개 조각작품을 모아 조성되었고 그 가운데에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주차하기 편리한 곳을 찾느라 분수와 Monolith가 바라다 보이는 조각공원의 정문을 두고 후미진 곳에 위치한 쪽문으로 들어선다.


주위를 둘러보며 숲길을 걷는 가족은 여기가 왜 유명한 곳이며, 오슬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은 곳이냐며 의아해 한다. 멀리 구조물이 보이는데 마치 링컨의 얼굴과 흡사하다.


엄마! 링컨이랑 노벨이랑 닮았나? 아닌데.... 저기 저거 링컨아니에요?


작은 아이가 관심을 두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부쩍 날카로워진 큰 아이가 싸늘하게 대답한다.


야! 넌 노벨이랑 링컨도 구별못하니!? 링컨이 왜 노르웨이에 있어!!!


하지만 얼핏 본 것도 모두 구분하고 기억하는 눈썰미 좋은 작은 아이가 저 밑에 링컨이라고 쓰여져 있는거같다고 재차 주장한다.


흠... 링컨같은데?


딸들의 대화에 끼어드니 아이들은 확인차 잔디를 가로질러 구조물곁으로 내달린다.


링컨의 얼굴과 게틀린버그 연설문 중 유명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엄마 흙땅 밟지 마요! 링컨이 여기와서 죽었나? 무덤인가봐요!!! 무덤 밟으면 안되는데!!!!!


야! 넌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무덤에도 가보고 그런 소릴 하냐? 무덤이 두개냐!!! 그리고 링컨은 극장에서 암살당했는데 왜 노르웨이와서 죽냐!!!! 한심하다, 정말!


요즘들어 부쩍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무시하는 말투가 심해진다. 주의를 주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사춘기 아이의 특징이려니 한편으로는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마음이 상할 작은 아이의 마음에도 위로가 필요한 법,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분수대쪽으로 걸으며 이야기를 건낸다.


언니가 사춘기인가봐.... 그치? 우리 스프링필드 링컨 무덤에 가서 링컨 흉상에 코 만진거 기억나지? 행운이 온다고 해서 만졌는데 그땐 네 키가 작아 손이 닿지 않아서 언니랑 엄마가 막 밀어 올려주고 들어주고 그랬는데...


기억이 살아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놀이터도 지나고 잔디를 걷다 보니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우리의 진행방향과 수직방향에서 쏟아져 나온다.


저쪽에 뭔가 있나 보다.... 오른쪽 저기 큰 문이 정문인가 보네... 왼쪽으로 가볼까?


드디어 청동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희로애락 군상이 길가에 펼쳐진다. 그 길가를 지나면 분수조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뒤로 모노리쓰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121개의 사람탑이란다. 역시나 모노리스 주변에는 사람들이 얽히고 섥힌 모습이 화강암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계단에 걸터앉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청동상의 동작을 따라하며 사진을 찍어본다. 오가는 유럽할머니들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역시 할머니들은 인자한 미소가 참 잘어울리신다. 아마 딸들을 보며 그네들의 손녀를 떠올리고 딸들과 함께 있는 나를 보며 당신의 딸을 떠올리겠지?


하이! 해버 나이스 트립!!!


호쾌하게 인사를 건내면 미소는 함박웃음으로 바뀐다. 그 미소앞에 아임 코리안! 외치고 싶지만 딸들이 부끄러워 해서 참는다.


으하하하 따라하기 재미있다!!! 남편은 같이 안해준다. 저만치 걸어가 홀로 관광중이시다. 우리가 부끄러운가 보다. 같이 하면 더 재미있을텐데...


오슬로 관광청 공식 마스코트인 아기동상이다. 손목을 도난당한 뒤 3일 뒤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손목을 다시 연결해서 자세히 보면 이음새가 보인다. 그 뒤로 이 아기동상의 손을 잡으면 행운이 온다고 전해져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손을 만져 아기동상의 손만 반들반들해졌다. 행운이 온다 하니 우리도 한 번씩

따라하기 힘든 동작이라 셀카도 찍어 본다. 멀리 분수가 이뻐서 직접 가보기 전에도 한 장 셀카로 찍어본다.셀카봉 들고올걸... 얼굴만 나오네...


어슬렁 어슬렁 나타난 남편이 셀카찍는 내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멀리 분수를 배경으로 우리 모녀를 찍어준다.


엄마! 이쯤되면 점프 한 번 해야죠?

오케이, 하나둘셋하면 셋에 뛰어!


점프샷도 찍고 분수 가까이로 가본다.



분수를 지나면 드디어 모노리쓰! 멀리서 보면 굵고 긴 막대기같은데 가까이가보면 사람들이 얽히고 섥혀 121명이 쌓여 있단다.



야야야 이리들 와바, 여기 심통난 애 있다.


아빠가 부르자 후다닥 달려가는 딸들, 무엇인가를 보고 깔깔 웃는다. 작은 아이 심통났을 때랑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아이다.


옆에 서서 심통난 얼굴 해봐....

지금 심통난 일도 없는데 ....

그래도 해봐, 너 눈썹올리고 심통내는거 그 표정~~

진짜 심통난거 아니면 잘 안된다 말이야...

아이이이,그래도 최대한 해봐~~~~


작은 딸을 옆에 세우고 졸라대니 마지못해 쓰으윽 심통난 얼굴을 만들어 준다. 아, 이게 아닌데.... 진짜  표정은 완전 똑같은데..... 아쉽지만 재미있는 사진 하나 건졌다, 아이 신나라~


오늘도 신나는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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