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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3. 2016

노르웨이 #6 피요르드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Sognefjorden과 Aurlandsfjellet

바람소리와 흐르는 물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간 내린 비로 물살이 거세져 잠들기 전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물이 범람해서 우리 텐트를 덮치지는 않으려나? 이른 새벽 빼꼼히 내다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흘러가는 물살처럼 분주하다. 이곳에는 두번째라는 옆집( 딸들과 나는 옆자리 텐트에 머무는 사람을 옆집이라 불렀다), 네덜란드 가족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텐트를 정리중이다. 저들은 이틀을 이곳에서 묵고 조금더 북쪽으로 오늘 떠나는 길이라 했다. 아들만 둘인 네덜란드 아주머니는  세 남자를 거느린 공작부인같다.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곱슬머리의 유럽 도련님들이 생각나서일까? 가는 곳 마다 만나는 큰 아이 또래 소년들을 보면 만화를 보며 상상했던 왕자님도, 기사님도 자꾸만 생각난다. 아들들과 남편이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공동주방으로 향한다.


쿠쿠가 맛있는 취사를 시작합니다.


뭐라는 거지? 공동 부엌의 많은 사람들이 흘끔 쳐다 본다. 하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한마디 하더니 이내 조용해 지니 빵이며, 시리얼을 챙겨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빵이나 시리얼을 먹을거면 부엌이 왜 필요한거야? 너희는 곧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야....


쿠쿠가 밥짓는 것을 상상하며 혼자 웃음이 나온다


증기배출을 시작합니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으니 증기배출을 시작한다거나 말거나 밥솥주변의 자기 시리얼을 뒤적거리는 프랑스청년이 무심코 손을 밥솥가까이 뻗는다.


이봐요~ 실례하지만 잠시!!!!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뜨거운 김이 곧 올라올거에요, 손을 뻗으면 뜨거울 테니...


내가 설명하고 있는 동안 나의 쿠쿠는 증기배출을 시작했다.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없겠다 싶어 손가락으로 밥솥을 가리키며 웃는다.


저거 뜨거워요...


놀란 청년의 얼굴에 이내 활짝 편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더니 묻는다.


저게 뭐야????

밥솥

으응? 으으응....


밥솥이라 하지만 어찌 돌아가는 영문인지 모르는 것이 분명한 얼굴로 밥솥을 바라본다. 잠시 후 밥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니 예쁜 소리로 쿠쿠~ 한다. 밥을 저으려 뚜껑을 살짝 열고 뜨끈뜨끈 김서린 밥을 보여준다. 청년의 엄마 이모 누나인지 이미 모여든 프랑스 여인들이 감탄한다. 청년은 그들의 언어로 그녀들에게 한바탕 설명을 한 바 있다. 감탄하고 놀라고 나를 보며 엄지를 올려주는 그녀들에게 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얘 이름은 쿠쿠야~

전기코드를 뽑아 쿠쿠를 소중히 안고 그녀들에게 인사한뒤 우리 텐트로 돌아와 따끈한 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두부 한 모 썰어넣고 마른 호박과 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된장찌게도 끓여 먹으니 속이 다 개운하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캠핑장에서 쿠쿠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본격적인 주변 탐방을 떠난다. 캠핑장에서 꼬불꼬불 일차선 산길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면 Stegastein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송네피요르드(Sognefjorden)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이 경관이 그야말로 절경일 뿐만 아니라 전망대 디자인자체도 대단히 감각적이고 전망대끝을 유리로 만들어 아찔함까지 더해준다는 그곳...


산마루를 따라 꼬불꼬불 방향을 바꿔가며 남편이 운전한다. 간혹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다른 차와 마주치면 서로 양보하여 불안하게나마 옆으로 비키거나 그도 안될 경우 후진을 해서 길을 터준다. 아! 이런 길에서 후진이라니...남편과 함께 오길 잘했다. 운전에 자신있는 나지만 이런 길에서는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문득 그가 내게 쓸모있듯 그역시 쿠쿠에서 퍼낸 밥을 먹으며 마누라가 쓸모있구나 느낄런지 궁금해진다.


날이 흐리고 지대가 높아 오늘은 회색빛 풍경을 보여준다. 밝은 날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구름이 흘러 내주위를 감싸고 맴도는 모습이 영험하고 신비롭다. 북유럽의 날씨는 이렇게 흐리다가도 반짝 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잠시라도 해가 나기를 바라며 전망대에 올라간다.


사진에서 보았듯 전망대는 멋진 모습으로 길게 뻗어 우아한 자태로 우리를 맞이한다. 문득 시카고에서 여러 번 들렀던 스카이덱이 생각난다. 유리상자아래로 내려다 본 곳이 고작 찻길이었는데 가족이나 지인의 미국방문마다 안내하느라 여러번 갔던 그곳...거기 말고 Stegastein에 자주 온다면 조만간 신선되서 승천하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펼쳐진 풍경에 압도되고 사진으로는 담아지지 않음에 애석해한다.

( 날씨가 흐려 사진이 비루해 노르웨이 내셔널 루트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첨부합니다)

이젠 저 풍경아래로 직접 가보자! 다시 차를 몰아 내려간다. 구드방겐(Gudvangen)과 플람(Flam) 을 잇는 송네피요르드(Sognedjorden)는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긴 피요르드이며 비교적 큰 도시와 가까이있고 남쪽에 위치해 3대 피요르드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플람에는 기차역과 송네피요르드를 둘러보는 페리의 선착장이 있어서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플람에 모인다.


피요르드가 이렇게 멋지구나...


내일이면 해가 난다고 했다. 내일부터 트래킹을 하려면 다시 스타방예르나 요플란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발길을 서둘러 구글맵에 찍어둔 별표를 찾아 떠난다. 지난 주말부터 내린 비가 폭포의 물줄기를 더욱 세차게 해주어 그 어느때보다 힘찬 폭포줄기를 만난다. 차를 달리는 사이 절벽아래로 하얀 실타랴마냥 떨어지는 물줄기들도 더욱 선명해진다. 비오는 날의 피요르드가 주는 즐거움도 있구나



얘들아, 나중에 학교가서 V자형 계곡,U자형 계곡 배울 때면 오늘 본 저 피요르드들을 떠올리렴

엄마가 공부할 때는 그림으로만 보고 상상했었어.

그리고 내가 직접 피요르드를 보게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많이 보고 경험한 만큼 생각도 꿈도 많이 키워서 멋진 인생을 살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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