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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3. 2016

노르웨이 #5 캠핑장에서 연어굽자

Bergen과 Sognefjorden의 연결고리

오래전, 학창시절 세계사시간의 미스테리중 하나는 한자동맹이었다. 유럽사를 배우는데 한자동맹이라니? 독일어로는 Hanse, 네덜란드어로는 Hanze, 에스토니아어로는 Hansa, 스웨덴어로는 Hansan, 폴란드어로는 Hanza인 독일 북쪽과 발트해연안의 도시들이 맺은 무역동맹이름이 하필 chinese letter를 연상시키는 '한자'여서 처음 듣는 순간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한자동맹 무역의 중심지 Bergen은 노르웨이에서도 큰 항구도시이고 무역의 중심지였던 Bryggen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우리가 베르겐에 들른 가장 큰 이유는 날씨때문에 트래킹을 미루었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캠핑장에서 구워먹을 신선한 연어를 사겠다는 것! 스타방예르에서 차를 달리고 페리를 타고 베르겐에 도착한 뒤에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베르겐에 들르면 꼭 보고 싶었던 몇몇 곳을 챙겨 구글맵에 별표를 찍어둔다. 별표만 찍어두면 남편이 데려다 준다. 고맙기도 해라. 여행이 길어지고 장거리이동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쌓이고 있지만 호텔바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잠시 잊는다.


노르웨이의 호텔은 어딜가나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물론 까다로운 기준으로 호텔을 선정하는 남편의 안목덕분이기도 하다.

베르겐 어시장에서 구경을 하고 마트에 들러 연어를 구입했다. 어차피 이 도시의 모든 연어가 싱싱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어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연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현지인들의 충고를 따랐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캠핑하면서 구워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는 연어들이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같은 여행객 캠퍼에게는 더욱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베르겐을 떠나며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연어, 게를 싣고 튜브형 케비어와 소스도 함께 챙긴다. 노르웨이 여행기를 읽다 보면 치약처럼 생긴 튜브형의 소스가 노르웨이 또는 베르겐 어시장의 특산물이라고 소개하는 글이 종종 보인다. 어시장 이곳저곳 가판에 늘어놓고 팔다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북유럽국가 어느 마트에서나 살 수 있는 튜브형 소스들이다. 우리가 된장, 쌈장, 고추장, 볶음고추장 등 가지가지 장들을 갖추고 요리에 임하듯 이들은 다양한 맛의 소스들을 연어요리에 곁들인다. 그 소스가 튜브형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차를 달려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다는 Sognefjorden로 향한다. 캠핑을 너무 싫어하는 나이지만 수년간 야금야금 캠핑용품을 사모아 어느덧 완벽한 준비를 마친 남편의 열망을 핑계삼아 이런 풍경이라면 한번쯤은 캠핑을 해보기로 했다.

여전히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지만 열심히 텐트를 친다. 수많은 여행지를 다녀보았지만 엄마의 거부로 캠핑은 처음인 딸들, 특히 아빠를 많이 닮은 작은 아이는 흥분상태로 텐트치는 것을 돕는다.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베르겐을 떠나 달리는 동안 차안에서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기 때문에 저녁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사의 묘미는 보글보글 끓인 라면에 김치 한 조각 얹어먹는 것 아닐까? 게다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이런 날이라면 비록 건강에 안좋은 인스턴트 라면이지만 더욱 달게 느껴질 것만 같다. 비가 내리니 그릴을 이용할 수 없어 버너를 이용해 연어를 굽는다.


핀란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어이지만 왠지 노르웨이연어가 더 맛있는 것만 같다. 이미 구워 다 익힌 연어인데도 탱글탱글 신선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내가 캠핑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사준비하기가 마땅치않다는 것이다. 음식재료도 주방용품도 어설픈 상황에서 어설픈 식사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싫어서인데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저녁이지만 잊을 수 없는 한끼가 될 것 같다. 빗소리가 귓가에서 떨어지고 텐트가를 흘러가는 계곡물소리는 우리를 휘감는다.

날씨가 쌀쌀해 서둘러 침낭을 펴주니 애벌레가 된 것 같다며 꿈틀거리며 깔깔거리는 딸들... 뭘해도 즐거운 너희들이로구나


어느덧 해가 진다. 오늘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고 내일은 주변경치를 감상하련다. 하지만 가볍게 맥주 한 병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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