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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2. 2016

노르웨이 #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스타방예르

노르웨이 3대 하이킹 코스 중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두곳, Pulpit Rock과 Kjeragbolten에 가려면 인근 도시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두고 4시간 혹은 5시간 정도의 트래킹을 해야 한다. ( 트롤의혀라 불리우는 트롤롱가는 10시간이 소요되기에 딸들이 아직 어려 포기했다, 5년 뒤 다시 올 빌미가 되길...)이 들 유명 장소에 보다 가까운 도시들도 있지만 2시간 반거리의 스타방예르(Stavanger)에 머물고 틈틈이 도시 관광을 하기도 한다.


스타방예르에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골목이 이국적이고 예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라...북유럽의 골목이 내게는 그다지 이국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기에 스타방예르 도시관광은 건너뛰고 Pulpit rock 가까이에 있는 요플란드에 숙소를 정하고 트래킹에 집중하기로 했다. Pulpit rock을 정복하고 Kjeragbolten가까이로 이동, 캠핑을 하며 Kjeragbolten까지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캠핑장비까지 트렁크에 모두 실어두었다.


하지만 아렌달을 떠나 요플란드로 출발할 무렵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올 확률 100%, 주중 날씨를 살펴보니 일주일 중 단 하루만을 제외하고 연일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데 트래킹을 하고 캠핑을 한다고??? 비가 내리지 않는 단 하루와 비올 확률이 조금 낮은 그 다음날을 결전의 날로 삼아 일정을 대거 수정하기에 이른다.


아, 골치아프다! 남편은 남의 일인양 관심이 없다. 그저 가자는 곳으로 운전해서 가면 된다. 그래도 몇날이고 몇일이고 산길이고 뱃길이고 필요한 만큼 운전을 해주니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주변인들은 농담삼아 지구 몇바퀴 운전해서 도신 분이라고 남편을 부르기도 한다. 남편이 없었으면 수많은 자동차여행은 하지 못했을터... 꾹 참고 계획을 다시 세운다.


장거리 여행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는 것을 너무도 많이 겪어보았다. 그래서 여행 초반의 이틀 정도만 숙소를 미리 정해 두고 나머지 숙소는 여행을 진행해 가며 하루전이나 심지어는 당일에 예약을 해가며 움직인다. 이렇게 여행하는 가족인지라 미리 잡아둔 숙소때문에 날씨와 여행자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숙소찾아 이동하는 일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스타방예르에서 놀다가 베르겐으로 가서 놀고 다시 요플란드로 내려와 트래킹한다! 운전 시간을 점검한다.스타방예르에서 베르겐까지 5시간이지만 페리를 타야 하니 이보다는 더 걸리겠다. 하지만 그정도는 괜찮다. 베르겐에서 다시 요플란드까지 6시간이구나, 그래 6시간이면 우습지. 미국에선 하루에 13시간씩도 다녀봤는걸... 좋아, 일단 비가 오는 동안은 도시를 둘러보고 대신 빠르게 이동하자.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비때문에 스타방예르 관광을 하게 되었다. 급하게 스타방예르의 관광지를 찾아보지만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다. 이런 저런 작은 박물관들은 시시할 뿐이고 교회니 등대니 요새니 마을마다 있는 것들이 뭐그리 매력적이겠는가!


날씨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디든 가자! 식구들을 채근하며 움직일 것을 지시한다. 빗줄기가 강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바람마저 매서워 8월이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춥다. 혹시 몰라 챙겨온 경량오리털점퍼를 입고도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에 비를 맞으며 길을 나선다.


먼 옛날, 1850~1853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약 이백년 뒤 다시 정비되어 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불이 나면 벨을 울리고 대포를 쏘아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화재경보를 울리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곳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노르웨이어로 소개된 안내문을 번역하여 알아낸 간략한 정보다.


Valbergtårnet앞에 와플과 커피를 파는 카페가 하나 있기에 들어가 커피타임을 가지려 했는데 빗방울이 잦아든다.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몰라 서둘러 골목을 둘러보겠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빨리 한다.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것이 꼭 들러보고 싶었던 카페

이곳에 들러보고 스타방예르 교회로 바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생각외로 골목골목사이의 담벼락이며 가게들이 감각적이고 예쁘다.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한다.


골목 저 끝 너머로 작은 분수가 보이자 딸들이 또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따라 타닥타닥 골목을 따라 넓은 길로 나서니 박물관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져 보는 순간 상쾌함이 온 마음과 몸을 적신다. 아마 도 방금 전 내린 빗방울이 상쾌함을 더했을리라...


알록달록 구조물이 예쁘다며 아이들이 다가선다.


어? 이거 송유관 아냐?

남편은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핀다. 여기가 전에는 조선이나 송유작업을 했었던 것 같다며 이런 저런 구조물들을 가리킨다. 각종 파이프와 기둥들이 남아있고 가까이에 항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럴 법도 해 보인다. 그냥 두었으면 흉물스러웠을 이곳에 누군가가 예쁘게 칠을 했다. 도시의 기획인지 거리예술가의 치기인지 모르겠으나 보는 이에게는 뜻밖의 큰 선물이다.


스타방예르에 들르지 않았다면 혹은 Valbergtårnet만 보고 교회로 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예술적 감성 물씬 풍기는 놀이터, 때마침 사그러든 빗줄기가 트래킹을 연기하게 한 날씨에 대한 작은 보상을 준 것만 같다.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분홍색 구들은 탄성이 매우 강해 트램블린처럼 뛰고 놀 수 있는 훌륭한 놀이기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스타방예르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을 딸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스타방예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예쁘고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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