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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7. 2016

노르웨이 #8 우연히 만난 그곳

Christiansand 빛나는 바닷물에 발담그고...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남편 얼굴에는 표정이 사라지고 굳어있다. 묵묵히 앞만 보고 이따금 허리를 펴는 동작말고는 미동도 없이 운전을 한다. 전에는 열두어시간도 넘게 운전했는데 그사이 세월이 흘러 더욱 피로를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계속되는 산길의 긴장감일까?


남편은 책임감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나 혼자서 두세개 주는 오갈 수 있었고 하루에 서너시간 걸리는 곳이라 할지라도 당일 운전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던 나이다. 하루 여덟시간 정도는 문제없이 운전하는 나이지만 본인이 함께라면 절대로 운전대를 맡기지 않으려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단 한번도 운전대를 내놓지 않고 긴 여정을 달리는 남편을 생각하면 여행의 일정을 수정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여행지 한두군데를 제외하고 여유있게 돌아보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노르웨이의 자연에서 벗어나 오슬로까지 하루만에 내달리려던 계획을 바꾸어 중간쯤에 쉬어갈 큰 도시를 찾는다.


그렇게 도착한 Christiansand

호텔 로비를 나서자마자 빛나는 바닷가의 물결이 반긴다. 백사장에는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어 특별할 것 없이도 즐거운 한나절을 즐길 수 있다. 시선을 돌리면 하얀 배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노르웨이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배들이지만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늘어선 그 모습들마저 다른 곳에서 본 배들보다 여유롭다. 그 뒤로 요새와 교회의 지붕이 뾰족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곳이 있었네... 여기 좋다...

여기서 좀더 머물며 쉬어가면 좋겠다...


멋진 피요르드도 아찔한 바위산들도 ' 이 멋진 것들을 보았으니 되었다!' 란 생각은 들었을지언정 오래 머물고 싶다거나 또 오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오랜 자동차여행의 끝무렵이라 그저 쉬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목표한 그 자연경관들을 다 보고 난 뒤의 여유일까...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뒤 커피잔을 들고 바닷가가 바라다 보이는 테라스로 향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커피잔을 뒤로 하고 놀이터를 향해 달린다. 햇살이 아이들 머리위로 반짝이며 쏟아진다. 눈이 부셔 차마 아이들을 바라보지 못하겠다.


내 아이들의 뒷모습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나이가 들수록, 계획한 것이 틀어지는 경험을 반복할 수록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만 같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시선 또한 부드러워질테니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더욱 묵직한 감정으로 자리한다.


이 아이들은 햇살아래 뛰놀던 Christiansand의 한때를 어찌 기억할지 미리부터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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