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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8. 2016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

해외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인들

타고난 기질이 에너지가 넘치는 기질인데다 외국에서 사는 탓에 해외 여행지를 돌아볼 기회가 많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수많은 한국인 개인 또는 단체관광객을 만나게 되는데 대개는 서로가 못본 듯 황급히 시선을 돌리거나 모르는 척한다.


한국관광객이 적은 여행지에서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이런 일들을 자주 겪으면 그때마다 남편과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저 우리의 추측일 뿐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대대로 집성촌을 이루고 정착하여 살았던 우리 나라 사람들은 타인과 타지에 대한 막연한 불편함이 있어서일지 모른다는 나의 의견과 강제침탈시기를 겪으며 해외에서 우리 민족임이 드러나는 것은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일일 수도 있었기에 숨기고자 했던 심리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냐는 남편의 추측 모두 우리의 추측일 뿐이다. 어쩌면 세계여행 자율화가 된지 불과 이십여년인지라 해외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어찌 대할지 들은 바 없고 행한 바 없어서 그저 낯설어서 슬쩍 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사람들도 자기나라 사람을 여행지에서 만났다 해서 딱히 인사를 하며 지내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만...눈만 마주치면 'hi'를 던지는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남미의 관광객들은 그들의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인 인사로 서로를 반기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하더라.

막연한 추측만 오가던 중 이번 여행 중, 남편이 제안을 한다.


우리가 먼저 인사해 보자


그래, 그러지 뭐. 인사한다고 화내지야 않겠지.. 기껏해야 인사를 안받아 주는 정도가 제일 민망한 상황 아니겠어?


Pulpit rock 을 오르기 위해 가까운 도시인 요플란드에 투숙했다. 호텔은 없고 호스텔뿐이어서 아이들과 남편은 난생 처음 호스텔에 투숙을 한다. 침대시트와 베게커버를 직접 정돈하며 어색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보다 젊은 시절 베낭여행을 하며 유스호스텔을 많이 이용해 본 나는 당시의 숙소에 비하면 호텔급인 요플란드의 호스텔이 도리어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호스텔도 있네? 커다란 욕실과 다락방까지 딸린 우리 가족만을 위한 방이다. 시트 정돈하는 것 정도는 호스텔의 참맛을 알 수 없지...


호스텔 로비에서 차를 마시며 지나는 투숙객들을 바라본다. 아마 대부분은 우리처럼 Pulpit rock을 오르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때 커다란 짐가방을 끌며 문을 여느라 애쓰는 동양인 청년이 보인다. 문이 열리지 않아 밀었다 당겼다 애를 쓴다. 그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폐문"이라는 뜻의 노르웨이말이 적혀 있는데 하필 그문을 붙들고 애를 쓴다.


그문 아니에요. 오른쪽 문을 미세요!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정확하지 않아 영어로 외쳤다. 멈칫하던 청년은 머쓱하게 고개를 꿈뻑 숙이고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한국사람이었나?


그 청년은 다른 두 청년과 여행중인 모양이다. 딸아이와 산책 중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그들을 다시 만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호스텔이 자라잡고 있다.                                사진을 아니 찍을 수 없는 풍경들

세 분 같이 사진찍어 드릴께요. 일전에는 한국분인지 몰랐어요~  알았으면 편하게 한국말로 인사할걸 그랬네요.


부끄러운 듯, 낯선 듯 어딘지 뻘쭘해 하지만 야박하게 말을 끊거나 외면하지는 않는다. 오슬로에서 부터 올라왔다고 하는 것을 보니 여행 초반인 모양이다.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 운전 조심하고 건강하게 여행하시라 인사를 건냈다.


먼저 인사거는 거.... 나쁘지 않네...


드디어 pulpit rock에 오른다. 대부분은 유럽인이고 가끔 보이는 동양인은 중국인이다.


이쪽으로 와봐~


한국말소리가 들린다. 50대쯤 되보이는 부부가 다 자란 성인 자녀들과 하산중이다.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를 건내니 순간 당황하신다. 이내 아저씨께서 답을 하신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아내분과 자녀분들은 눈치를 살피고는 그냥 가던 길을 가신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아. 그 가족은 돌아가는 길에 pulpit rock에서 한국말로 인사한 우리 가족에 대해 잠시나마 이야기하겠지? 어쩌면 오랜 후에도 그런 가족이 있었다고 기억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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