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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Sep 01. 2016

핀란드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것

PTA 활동과 대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

아기는 분명, 내 아기인데... 왠지 나라에서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지 나를 감시하고 검사하는 기분이 들어요

하얀 피부에 파란 눈, 금발 머리의 핀란드 남자와 사랑에 빠져 머나먼 이곳까지 날아온 한국의 여성분이 커피를 마시며 내게 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남편은 남편의 회사가 인수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남편은 그의 보스가 되었다.

한국의 회사가 인수를 했고 한국인 보스가족이 이주한다는 사실에 그는 그의 아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다. 관리자 가족이 이주한다기에 내심 나이가 좀 지긋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동양인, 특히 한국인이 드문 이곳에서 그녀는 우리의 이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지 모른다.나는 그렇게 그녀를 만났고 가끔씩 안부를 묻고 차를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어린 아가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이 나라의 출산과 육아시스템에 대해 배워가며 익숙해 지고 있는 중이다.


반면, 나는 이 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알아가고 있으며 제법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이사오자마자 입학하고, 입학하자마자 개최된 학부모 오프닝 미팅에서 우연히 Sergey와 인사를 나눈다. 모두들 어색한 사이지만 쌩뜨 빼쩨르부륵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여름궁전이니, LG bridge에 대해 이야기를 건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는 신임 PTA 회장이었고 PTA 모임 안내를 받은 나는 다음 회의에서 회원명부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총무로 발탁되었다. 이것이 PTA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라면 계기다.


미국 학교에서의 PTA는 조금 형식적이었다. 두세명의 임원진이 대부분의 안건들을 학교측에 전달하고 전달된 안건들 중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은 학교에 의해 수행되었다. 가끔 PTA 미팅이 열리기는 했지만 다과회정도의 모임이었기에 큰 부담없이 PTA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PTA 의 회원으로 지난 일년 간 내가 한 일은, 아니 정확하게 PTA가 한 일은 무수히 많았다. 신학기 전교생의 학부모들을 모두 초대하는 신학기 피크닉을 시작으로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스포츠 데이, 인터내셔널 데이, 자선 바자회 등 크고 작은 행사를 매달 빠짐없이 치뤄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격주로 모여 회의를 하고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아야 했다.


딸아이가 한국에서도 잠시 초등학교를 다녔었다. 당시를 기억해 보면 학교일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참여하는 부모가 많지 않고 그런 부모들을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극성맞은 사람과 비슷한 선상에서 바라보기도 했던 것 같다. 아이 교육과 성적에는 관심이 많지만 학교의 '일'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한국에서의 학부모 모습이다. 그리고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은 학교문턱 넘는 것이 부담스럽던 시절이었다. 지금과 달리 노골적으로 봉투나 선물을 원하는 사람도 교사를 하던 시절이니 학교방문은 곧 '내 아이 좀 잘 봐달라는 뇌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학교방문과 학교의 일에 참여하는 것은 그간 내가 가지고 왔던 개념과 사뭇 달랐다. 기존의 학교일에 참여한다는 나의 개념은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정해진 역할을 억지로라도 나눠 맡았던 한국의 녹색어머니회나 준비물센터, 도서관 봉사, 미국에서 방과후 클럽활동의 운영을 돕는 봉사 등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다.


핀란드 학교에서 PTA는 교실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외의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다. 예컨대 모닝클럽이란 것이 작년에 새로 생겼다. 학생들마다 배우는 제2외국어가 다르고 모국어가 달라 시간표가 제각각인 탓에 형제간에도 등하교 시간이 제각각이다. 아직 저학년인 맞벌이 부모들은 출근 후 혼자 등교해야하는 어린 아이가 염려스럽다.( 핀란드에서는 부모의 출근 뒤, 알아서 등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자전거나 버스로 등하교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 형제간에 등교시간이 달라 부모가 불편을 겪는 일도 있다.


이런 부모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모닝클럽을 열어 부모가 아이를 등교시킨 시각부터 첫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까지 한 교실에 아이들을 모아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고 이 비용은 PTA의 기금으로 이용된다. 모닝클럽의 필요성이 회의시간에 제기되었고 교실확보, 운영방안, 돌봄교사의 섭외, 해당 시간 동안의 사고를 대비한 보험문제 등 필요한 모든 것을 논의하고 준비하였다.


이 모든 것을 학부모들이 알아서 준비하고 마련한다는 것이 적지않게 놀라웠고 특히 놀라웠던 것은 돌보교사와 봉사자의 선정과정이다. 핀란드의 교육관련 기관 종사자는 철저하게 학사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가르침의 업을 담당하는 자가 아닌, 예를 들면 데이케어센터의 청소하는 직원이나 조리시설 담당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무상으로 업무를 하게 해서도 안된다.


모닝클럽의 돌봄교사는 아침시간 2~3시간만 일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요일별로 '교실을 지키는 정도'로 운영될 줄 알았는데 교육관련 인력 풀에서 시간과 급여가 알맞은 사람을 선정하여 PTA회장인 Sergey와 그외 두어명의 학부모가 인터뷰를 했다.돌봄 봉사는 인근 대학교의 교육학 전공 학생들의 실습과 봉사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교육학 전공이 아닌 다른 학생들은 자신의 특기에 따라 지역 스포츠클럽에서 코치를 한다거나 여름캠프에서 활동한다. 딸아이의 피겨스케이팅 코치나 리듬체조 코치는 모두 이런 학생 코치들, 딸이 집에 와서 내게 이야기할 때는 언니라 부르는 대학생들이다.(미국에서도 비슷한 대학생 봉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방학만 되면 인력이 필요도 없는 주민센터 도서관에 대학생들이 바글바글 봉사와서 정작 지역만들의 책사랑방 이용에 방해가 되느니 이런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선생님들은 '가르침'만을 담당한다. 온갖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한국의 교사들과는 천지차이다.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저마다의 방식과 교육철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실내 교사의 재량권이 철저하게 보장된다.


학부모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곳, 지역의 인력이 함께 보조를 맞추는 곳, 사회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핀란드의 학교 모습이다.


크리스마스행사에 산타클로즈로 분장하고 초콜렛을 나눠주는 Sergey와 눈꽃소녀로 분장해 선물바구니를 나르던 모습 찰칵! 세르게이와 같이 찍은 사진은 요 사진 하나뿐이라 비록 못나게 나왔지만 용기내서 공개해요 ㅜㅜ

자선 베이커리에서 또 한 컷


인터내셔널 데이 한국관 운영모습, 한복체험과 열두띠이야기가 인기였어요. 각자의 띠를 알아 보고 책갈피를 만들어 보았지요. 엄마띠 아빠띠 동생띠 다 해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바빴지만 미리 준비해 간 재료들과 정성이 아깝지 않았던 보람찬 날이었답니다


제 딸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라면 제기차기는 필수!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던 어제의PTA 회의 모습입니다. 일년 계획을 세우느라 할 말이 참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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