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Prime Steak
9월의 프라하가 이렇게 더울 줄이야... 저녁 기온도 섭씨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뜨거운 태양빛아래 극기훈련하듯이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예년에 비해 너무 뜨거운 프라하가 적쟎이 당황스럽다.
점심먹고 들어와 시원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더위가 조금 사그러들면 다시 나가는 것으로 전반적인 계획을 수정한다.프라하에 머무는 기간이 충분히 길어 융통하기에 어려움은 없으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건낸다.
다행이다. 촉박한 일정이었다면 이 더위속에 강행군을 했을지도 모를테니...
프라하성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 뒤 근처 전망좋기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분에 넘치게 호사스러운 식사를 한다. 아마 음식값에 럭셔리전망대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보다. 6000코루나..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정돈된 침대에 벌렁 누워 휴식을 취한다. 지난 저녁 귀가길에 사다 둔 체코의 각종 맥주가 냉장고에서 나를 부른다. 한 병 꺼내 마실까?
꿀같은 휴식을 마치고 딸아이와 약속한 대로 배를 타러 나가려 창밖을 내다 보니 여전히 뜨겁다. 섭씨 31도...아, 정말 이건 아니야. 고민스러운 얼굴로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하늘 한 번 바라보다, 31도라 적힌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 난 땡볕에서 배타고 싶지 않아, 너 엄마랑 가서 타고 와라 "
이미 프라하성 소지품 검색을 위한 줄이 길어서 안들어가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는 남편에게 한차례 마음이 상하고,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찾아 서서 기다리는 나를 두고 그늘아래 벤치로 사라진 남편을 찾아다니느라 가장 멋지다는 12시의 근위병 교대식을 놓쳐 분을 삭혀야 했던 것이 불과 반나절전의 일이다. 이런 일로 속이 끓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여행중 늘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이제는 다툼거리도 되지 않는다. 여행 초반까지는 심호흡한 번 크게 하고 "나는 보살이다, 저이는 이게 즐겁지 않을 뿐이다" 라고 주문을 외우면 견딜만 해진다.
오늘은 저녁 예약을 해두어서 느지막히 배를 타기는 어려울 것 같아, 내일 저녁에 배를 타고 저녁을 먹도록 하자, 지금은 너무 뜨거워...
괜찮겠지? 대신 오늘 저녁은 아주 근사한 곳에 예약을 해두었단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스테이크야!!!
식당까지 가는 길을 확인하는데 식당바로 옆 골목에 국립마리오네뜨인형극장이 위치하고 있네? 아이들과 인형극을 볼 계획이었으니 저녁먹고 오늘 인형극을 보면 되겠구나.
분위기도 좋고 음식맛도 좋다고 소문난 어느 호텔의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찾아간다.고급식당에 가는것이니 원피스를 입겠다고 딸들은 한껏 모양을 내고 나선 참이다.
George Prime Steak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잘 훈련된 종업원 너댓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테이블 서빙을 시작한다. 와인을 담당한 직원은 오늘 준비해 줄 수 있는 와인의 종류의 각각의 특징을 설명하고 간단한 대화끝에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결정하도록 돕는다. 고기를 담당한 직원은 고기를 덩어리째 들고와 각 고기부위별 오늘의 상태와 맛의 특징을 설명한 뒤, 어느정도 익혔을 때 그 부위가 맛있을지 코멘트를 준다.
식전 제공되는 서비스 빵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고 음식맛도 훌륭했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추천 식당들을 들러보면 값에 비해 터무니없는 서비스와 맛에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경우도 있다.
아름다운 프라하의 저녁을 만들어준 George prime steak는 비싼 만큼, 최고의 서비스와 맛을 제공해 준 식당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오로지 대접받기 위해 그 테이블에 앉아있지만 과한 친절로 불편하지 않은, 친절과 편암함의 완벽한 경계선에서 직원들이 줄지어 손님을 챙기는 모양새다.
까다로운 남편에게 스테이크 평을 묻는다.
아직 다 먹지 않아서 평을 내릴 수는 없지만 충분히 9점대의 점수를 줄 수 있어.
Brown팀 미식축구 선수들이 원정경기와서 묵었던 애틀란타의 호텔에서 먹었던( 그 선수들 단체로 수트빨이 대단해서 침을 흘리며 식사했었다.) 스테이크와 시카고 인근 본인 입맛에는 최고의 스테이크라 평을 한 데스틴의 스테이크 이후 9점대를 받은 스테이크는 아직 없었다. 이 정도면 꽤 훌륭한 맛인가보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는 다른 음식을 주문했고 먹어도 고기맛을 잘 모르니 고기맛은 남편의 평에 의존할 수밖에...
다 먹었으면 마리오네뜨 인형극 돈지오반니 보러 가자! 이렇게 멋진 저녁이 또 있을까? 프라하의 어느 멋진 저녁이 이렇게 찾아왔다.
행복한 저녁을 위하여 건배!
하루 종일 심호흡하며 씩씩거리던 분노는 와인 한 잔으로 날려버리라고!
George Prime Steak
Address : Platnéřská 111/19, 110 00 Praha 1-Staré Město, 체코
체코를 여행하시는 분이라면 꼭 가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식당은 아닙니다. 비용을 절약해야 하는 장기 배낭여행객이라던가 학생여행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에요. 식당 분위기가 케주얼하지도 않고요. 프라하에서 멋진 저녁을 하루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요. 프라하에 신혼여행오시는 분들도 많던데 가끔은( 어쩌면 자주)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는 결혼생활에서 힘들때마다 기억하고 싶은 멋진 그날 저녁을 위해 투자를 좀 하실 의향이 있다면 들러보세요.
와인 두 잔과 아이둘의 음료포함하여 5000크로나정도 먹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정도 서비스라면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이나 뉴욕에서 이 가격으로는 이런 맛과 서비스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