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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5. 2016

김밥 좀 말아 본 언니의 핀란드 소풍이야기

Turku 숨은 명소 -Littoinen의 호숫가

추워지기 전에 소풍가자!

나 김밥싸갈께~~~!

오오오오, 나 스시 좋아해~

스시아니야, 김밥이야...


Alison의 제안으로 Littoinen 지역 부근의 큰 호숫가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아침부터 부지런히 김밥을 말았다. 얘네들도 김밥을 좋아할랑가~ 핀란드에서는 처음 소개하는 김밥이라 살짝 염려도 되었지만 미국에서도 인기만점이었던 김밥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들어왔던 '외국 사람들 김밥먹으면 이상한 눈으로 본대~', '시커먼 음식 먹는다고 미개하게 생각한다더라~' 등등의 온갖 흉흉한 소식들때문에 계란 지단을 부쳐서 밥을 만다거나 , 뒤집어서 누드김밥으로 만들어 도시락을 싸주곤 했다. 미국 급식이 너무 형편없고 입맛이 맞지 않는다기에 초등학교생활 내내 도시락을 싸주었는데 김밥은 단골메뉴였다. 매일매일 도시락을 싸는데 그때마다 잘 말리지도 않는 계란지단을 부쳐댈 수도 없고 슬슬 꾀가 나서 하루는 에라 모르겠다~ 시커멓거나 말거나 그냥 둘둘 말아보내주었다.


오잉? 아무 상관없었다.... 스시라고 자기도 스시좋아한다며 관심을 가지더란다. 흠... 스시덕분이긴 하지만 최소한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군... 용기를 내서 삼각김밥도 싸줘 보고 김을 부셔 만든 시커먼 동그라미 주먹밥도 싸보내봤다. 아무도 신경안쓰자나!!!

미국생활동안 김밥 엄청 말았다는 아주머니들의 미국상활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진작 귀를 열고 들을걸...


미국은 긴 여름방학동안 이루어 지는 여름캠프가 매우 일반적이어서 각종 캠프가 발달해 있다. 캠프를 진행하는 기관들도 상당히 많은데 이런 기관들은 여름캠프기간 외에 시설을 생일파티서비스에 이용한다. 덕분에 넓은 공간에서 기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테마별 파티를 진행할 수 있는데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취학 전 아이들이라면 디즈니 공주 캐릭터파티라든지 히어로파티 등이 인기이고 조금 자란 아이들은 해리포터 파티, 수영파티, 체조파티, 레고파티, 쿠킹파티, 스포츠파티, 무비파티 등 취향껏 파티를 진행할 수 있다. 피자를 배달시키고 음료수와 생일케잌 정도만 준비하면 나머지 테이블장식과 풍선장식 및 서플라이 셋팅까지 해주는데 우리 돈으로 10만원대 정도로 이용가능하다.


큰 아이는 새로 만난 학교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고 싶어했으나 집에 그 많은 아이들을 다 초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12월생인 아이인지라 야외활동으로 파티를 할 수도 없어 YMCA 스포츠센터에서 클라이밍파티를 준비해 주었다. 한국엄마인 나는 피자만 덜렁 내놓던 미국엄마의 파티가 어색했고 김밥과 샌드위치, 과일과 쿠키 등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김밥은 순식간에 완판!

이렇게 김밥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사람이 모이는 자리마다 김밥을 말았고 우리 집에 놀러오는 딸아이의 친구들은 저마다 김밥을 말아 먹고 놀다 가게 되었다. 미국 엄마들 사이에서 김밥의 열풍이 불고 김밥마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여 대단위 김밥말기 모임이 진행되기도 했다. 심지어 점심시간에는 딸아이를 찾아와 ' 너 오늘 김밥 싸왔으면 나 한 알만 줄 수 있겠냐'고 묻는 선생님도 있었다나 뭐라나...


이런 김밥의 힘을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한 나는 참치김밥, 소고기 김밥 골고루 말아서 소풍을 떠났다.


햇살은 아직 화창하고 따사로웠지만 어느덧 바람끝은 매서웠다. Alison가족과 Patric가족과 함께 담요를 펼쳐놓고 각자 준비해 온 음식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호숫가에서 돌멩이도 줍고 물수제비도 던져 가며 시간을 보냈다. Alsion의 샌드위치와 둘째딸과 같은 반 친구인 Parric엄마 Barbara의 마요네즈와 계란, 치즈를 얹어 구운 빵도 맛있었지만 이날의 인기스타는 단연 김밥이었다. 소풍참가자의 정확한 인원수를 몰라 나는 상당히 많은 양의 김밥을 준비해 갔는데 거의 다 먹은데다 조금 남은 것은 나의 허락아래 두 아주머니가 집으로 챙겨갔다.


그리고 얼마 후 아주머니들의 호들갑으로 핀란드에서도 나의 첫 김밥말이모임이 개최된다. 딸아이의 친구들도 놀러오면 김밥을 말아 먹고 놀기도 한다. 작은 딸의 절친인 Aida는 엄청난 김밥을 말아 다 먹고는 미안하지만 우리 엄마도 내가 만든 김밥을 주고 싶은데 조금 싸달라고 했다. '니가 다 먹고 꼬다리만 몇개 남았쟎아...' 속으로만 생각하고 내가 만든 두어줄의 김밥과 함께 은박지에 싸주었다.

이거 정말 재미있어!!!!! 어?!?!! 내껀 왜 니꺼랑 다르니?!?!?????

김밥마는 것이 뭐라고 이렇게들 즐거워 할까... 삼각김밥싸는 것을 보여주니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 너 마법사같아!!!!!' 외국살다 보니, 참 별거 아닌 걸로 칭찬을 받는다.


자르고 남은 옆에 너덜너덜한 이건 어떻게해?

사실.... 그건 자르는 사람이 집어먹는거야~

낼름 집어먹고는 또 좋다고 서로 박수치며 웃는다. 도대체 그게 왜 재밌니...


핀란드 남쪽 귀퉁이 도시에서 김밥의 인기몰이가 시작된 Littoinen의 호숫가는 그야말로 소풍을 위한 최고의 장소였다.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답게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고 호수를 둘러싼 푸른 숲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베리와 버섯도 따고 늪지대 주변 타워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타워위에서 늪지대를 보며 미국에서 온 Nikkol에게 물었다. 플러리다 서쪽의 늪지대... 가봤니? 보트타고 투어하다보면 악어나왔는데 여긴 악어없겠지?


의미심장한 눈으로 쓰으윽 바라보더니 대답한다.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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