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농민운동가이자 동학의 지도자였던 녹두장군 전봉준, 그에게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키가 작아서라고 했다.
녹두를 불려 기르면 숙주가 된다. 녹두로 묵을 쑤면 청포묵이 된다. 녹두를 보고 있자니 콩에 비해 알이 작긴 하다. 청포묵의 '청'은 맑을 청자를 쓰는데 도토리묵 등에 비해 묵이 맑아서일까?
두 음식의 본질이 녹두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딸은 숙주와 청포묵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숙주나물을 해주면 산신령 수염을 만들어가며 쉴사이 없이 먹을 정도로 숙주를 좋아하고 청포묵채를 반찬으로 해주면 양푼밥도 먹을 정도다.
한국을 떠나면 숙주도 청포묵도 귀하다.하지만 숙주도 먹고 싶고 청포묵도 먹고 싶다. 저장기간도 짧아 멀리서 공수해 오기도 어렵고 건어물이나 미역처럼 쟁여두고 먹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괜찮아! 내게는 녹두가 있어!
녹두를 불려 숙주나물을 만들고 청포묵가루를 꺼내 묵을 쑨다. 처음 묵을 쑤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내가 묵을 쑬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세상에! 안쑤었으면 억울했을 정도로 간단하더라.
오늘은 묵이나 쒀볼까? 작은 딸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청포묵채를 참 좋아하니 오늘 저녁반찬은 청포묵채로!!!
오후에 묵을 쒀 유리그릇에 담아두면 저녁나절에는 묵이 완성된다. 얇게 채썰어 가는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숙주도 살짝 데쳐 물기를 받쳐 놓고 김을 부수기 시작한다. 잘게 부술수록 청포묵에 잘 밀착되어 맛이 좋다. 약간의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면 끝!
아~ 자아알 먹었다!
검은깨를 넣기도 하고 김치를 다져 무치기도 하고 지단을 잔뜩 만들어 버무리기도 하지만 딸들은 김가루가 덕지덕지붙은 청포묵채를 제일 좋아한다.
가끔 시간이 많거나 무언가 반찬에 공을 들이고 싶으면 쇠고기, 버섯, 각종 야채를 준비해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한다. 탕평채다.
별다른 솜씨가 필요하지도 않고 칼질만 조금 하면 근사한 한 접시의 요리가 완성되니 손님이 올때에도 자주 준비하게 된다. 내가 직접 쑨 묵이라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묵을 쑤는 것은 공부안한 학생이 시험 죽쑤는 것보다 더 쉽다.
1. 물과 묵가루를 7:1의 비율로 섞어 줍니다.
( 묽으면 조금 맑은 묵이 되고 되면 좀더 쫀득한 묵이 되는데 대충 맞춰서 나오는대로 먹으면 되요. 비율 맞춘다고 스트레스 받기 있기 없기? 없기!)
2.센 불에 끓이다가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주고 주걱이나 거품기 등으로 휘휘 저어줍니다.
3.몽글몽글 젤리같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이고 바닥까지 깊게 저어주고 불을 꺼줍니다. 금방 눌어붙어요. 어디 가지 마시고 지켜 보세요. 1,2 분안에 끝납니다
4. 유리그릇에 담아 식혀 줍니다.
( 유리나 자기로 된 반찬그릇에 담아 두 세개 만들면 하나씩 꺼내 한끼먹을 반찬만들기 좋아요. 부러 큰 그릇에 담아 커다란 묵덩어리 만들 필요 없어요. 묵가루 한 컵이면 락앤락 큰 사이즈 정사각 용기에 두 개 나와요 )
묵쑤기 끄읕!
대문의 청포묵채 사진은 문성실님의 청포묵채입니다. 제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 비루해서 대문에까지 걸기는 몹시 부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