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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Oct 14. 2016

황제의 휴양도시 까를로비 바리

쉬어가는 마을

Karlovy Vary


까를의 원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두 시간, 프라하에서 두 시간 거리인 체코의 온천 휴양 도시다.


14세기 무렵 까를4세는 부상당한 사슴이 테블라강 계곡물을 건너자마자 상처가 나은 것을 보게 된다. 그 이후 까를4세는 물에 신비한 효험이 있다고 생각하여 일대를 개발하여 온천지구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체코에서 가장 큰 온천지구가 되었음은 물론 괴테, 드보르작, 피터 대제 등 당시의 유명 인사 및 타국의 황제들까지 요양 차 들르면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까를로비 바리의 온천은 그 효능으로도 유명하지만 몸 담그는 온천욕이 아닌 마시는 온천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까를로비 바리를 가로지르는 테블라 강을 따라 걷다 보면 광천수가 솟아 나오는 콜로나다(kolonáda)가 있는데 이 콜로나다를 중심으로 누각(Pavillion)을 설치하거나 공원을 조성해 이 콜로나다를 찾아다니며 온천수를 맛보는 도보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이런 도자기 컵에 온천수를 담아 조금씩 마신다. 콜로나다에 따라 철분함량과 온도가 달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대채로 철봉에서 한참 놀고 난 뒤의 비릿한 냄새와 입술이 터졌을 때 느껴지는 핏방울의 맛이 느껴진다. 철분 함량이 많아서 그렇다는데 살짝 맛만 볼 뿐이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벌컥 벌컥 마시지는 못하겠다.


입맛에 안맞기로는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얇은 뻥튀기 같은 과자를 들고 다니며 온천수 한 입 마신 뒤 과자 한 입을 먹는다. 얇게 펴 구운 과자 사이에 달콤한 크림 역시 얇게 바른 체코의 정통 웨하스





테플라 강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가면 그랜드 펍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강가를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휴양도시의 멋을 한층 더한다.


엄마, 나 여기 정말 좋아요!!!

니들이 좋아할 줄 알았지롱~~~


이곳 저곳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한두시간이면 다 돌아다닐 수 있는 작고 예쁜 마을에서 여유롭게 몇일 쉬었다 가는 여행도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좀 쉬는 여행을 하자!


007영화를 찍었다는 그랜드펍 호텔앞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나 매년 여름 열리는 국제영화제 역시 수많은 관광객을 까를로비 바리로 불러들인다.


몇년 전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을 들고 이 영화제에 참여했다 한다. 동구권에서는 가장 명망있다는 까를로비 바리 국제 영화제를 주최하는 그랜드 펍 호텔.


이곳에서는 투숙객들에게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딸들은 언제 자전거 타느냐고 아침부터 서두른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다지만 급할 것도 바쁠 것도 없는 시간들이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즌에는 호텔 카페에서 넓은 광장에 테이블 몇 개를 내놓고 영업을 한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좋아하는 남편이 이곳을 지나칠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 앉아 티타임을 즐겨 본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딸들은 오직 자전거에만 관심이 있는지라 주문한 케잌을 먹자 마자 프론트로 달려간다. 조금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시내를 내려다 본다.


쉬니까 좋구나


작정을 하고 달달한 것들을 주문해 보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할 수가 없어. 일상에서 물먹은 솜처러 쳐져있는 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조급증이 오거든.

집이 아닌 예쁜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

아무것도 안하기 위해 찾아온 곳

숲이 우거진 산이 빙 둘러 품고 있는 듯한 카를로비 바리, 이 곳에 우리 가족의 시간도 잠시 멈춰 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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