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ival of lights
가만히 눈을 뜨면 하늘 높이 폭죽이 날아올라 꽃비와도 같은 불꽃을 쏟아 낸다. 때맞춰 작은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발랄한 음악과 함께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놀이공원의 밤은 로망으로 피어난다.
놀이공원을 왁자하게 가득 메웠던 한낮의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새롭게 피어나는 밤의 놀이공원에는 어둠을 기다렸다는 듯 불빛이 반짝인다.
밤하늘에 별이 있다면 내마음엔 놀이동산 작은 전구들의 불빛이 빛나고 있어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도 유난히 놀이공원을 좋아했다.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그 나라, 그 도시의 놀이공원을 빠짐없이 찾아 다녔고 수많은 연인과 가족들 틈에서 혼자 줄을 서있을 때조차 마냥 행복했었다. 특히 야간개장의 반짝이는 불빛들이 까만 밤하늘과 대비를 이루어내는 그 조화로운 이질감을 사랑했다. 하지만 차도 없고 알고 지내는 이 없는 낯선 여행자인 내게 놀이공원 야간개장은 크나큰 모험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라면 모를까, 놀이공원 야간개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사는 동안 놀이공원은 아무리 가까워도 차로 세 시간이상 거리였다. 연간회원권을 끊어 수시로 다녀오곤 했던 식스플래그도 야간개장을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집에 돌아갈 일을 걱정해야 했으니...
핀란드에서는 상황이 더욱 여의치 않다. 날씨가 추운 시즌, 일년 중 대략 절반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문을 열지 않고 소위 여름 한 철 장사를 한다. 여름철의 북유럽은 새벽까지 대낮처럼 환하기 때문에 내가 꿈꾸는 반짝반짝 전구의 불빛과 까만 밤하늘은 기대할 수 없다.
Carnival of lights, 놀이공원 야간개장을 꿈꾸는 북유럽사람들에게 시월 중순 단 이주동안 놀이기구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가고 싶다.
꼭 가야겠다.
그래서 갔다.
먼저 개장 시간과 일몰 시간을 점검한다.
평일 오후 4시부터 밤 열시, 일몰시간은 6시경
linnanmaki에서 우리집까지 정확하게 차로 한 시간 사십오분, 저 불빛을 즐긴 뒤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추어 돌아올 방법은 없다. 그렇게 남편은 외식을 하고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게 된다.
놀이기구 사이사이 촘촘하게 박혀 반짝이는 전구의 불빛에 홀려 아내는 길을 떠났으니까...
6시가 되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오색빛이 찬란한 야간개장의 매력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