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남편의 회사에서 Family day행사가 있었다. 한국의 회사가 핀란드에 연구소를 세우며 한국대표격으로 남편이 이곳에 온 것이라 남편곁에서 나 역시 많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맞이하며 오전부터 바삐 움직였다. 더욱이 어젯밤 아이들 학교에서 치뤄진 할로윈 파티에서 저녁 내내 일을 하느라 이미 많이 지친 상태여서인지 몸이 제법 피곤하여 이른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손님을 초대한 것이 아닌 이상, 누군가가 찾아와 벨을 누르는 일은 매우 든문 일이다.
누구지? 조금은 경계를 하며 밖을 보니 얼굴에 피칠을 한 소녀 둘이 작은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아! 할로윈!!!
갑자기 울린 벨소리에 누가 온 것인지 궁금한 딸들이 이층에서 내려오고 혹시 위험한 일은 아닐지 현관으로 나선 남편까지 우리 네 가족이 모두 피 흘리는 소녀 둘과 마주하고 섰다.
핀란드에서는 부활절에 깃털로 장식한 나뭇가지를
나눠주며 사탕을 받는 마녀놀이가 더 보편적이고 할로윈은 미국의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일반적인 핀란드가정에서는 할로윈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마 이웃에 사는 소녀들이 혹은 자매가 호기심에 분장을 하고 나선 모양이다. 이곳도 한국이나 미국외 다른 나라들처럼 젊은층 사이에서 할로윈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라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사탕봉지를 미리 준비했겠지만 작년 할로윈도 조용했던 탓에 아무 준비없이 소녀들을 맞이하였다.
잠깐만 기다려줄래?
급히 선반을 열어 아이들 간식으로 잔뜩 챙겨둔 한국 사탕꾸러미를 푼다. 마이쭈, 새콤달콤, 마이구미 등 딸들의 친구들도 한국 캔디류를 무척 좋아해 넉넉히 사다 둔 덕에 항상 넘치도록 많이 쌓아두고 산다. 한 웅큼씩 챙겨 소녀들의 작은 바구니에 넣어 주니 쑥스러운 듯 무언가를 내민다.
Happy Halloween!
얘들아, 너희들도 Happy Hallow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