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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Nov 11. 2016

# About 헬싱키, Hello! 모딜리아니?

Ateneum 모딜리아니 특별전

아침 일찍 카센터에 들러 스노우 타이어 교체와 겨울철 대비 차량점검을 위해 맡긴 차를 찾았다. 일반 타이어로 눈길을 뚫고 헬싱키까지 두어 시간을 달리자니 망설여지기도 하고 행여나 작은 사고라도 났을 경우 남편의 애정 넘치는 잔소리를 감당할 용기가 없어 귀양살이하듯 집주변만 맴맴 돌았던 참이다. 이쁘게 스노우 부츠 갈아신은 차의 운전대를 잡고 보니 당장이라도 헬싱키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다.


10월 말부터 헬싱키 소재 Ateneum에서 모딜리아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모딜리아니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모딜리아니전은 꼭 보고 싶었다.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때문에...

모딜리아니에 관한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그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비슷한 그림 두 편을 발견했다.머리 모양과 입고 있는 옷이 거의 같아 동일인을 같은 날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한 자리에 앉혀 놓고 여러 장을 그렸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딜리아니는 주로 초상화만을 그린 작가로 특히나 한 번에 초상화를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했으니 왠지 내 추측이 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림 하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인'이라 제목이 붙어 있고 다른 하나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란다.


사진으로는 아무리 보아도 둘 다 검은 드레스다. 실제로 이 그림을 보고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강한 열망 속에 기회를 보던 중 헬싱키의 모딜리아니 특별전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 타이어문제로 대략 삼주를 기다리고 있자니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던 참이다.


오늘도 헬싱키에는 눈이 내릴텐데...

아, 영하 8도구나....춥겠네...


날씨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지만 왠지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강한 유혹에 이끌려 눈길을 달려 Ateneum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저렴한 주차장을 찾아갔을테지만 혼이 비정상이 되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지 미술관 가까이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결과적으로 약 한 시간 주차를 하고 8유로의 주차료를 지불했다.눈도 오고 날씨도 춥고 걷기 싫었단 말이야... 라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Ateneum 맞은 편 중앙역과 바로 옆 소코스, 스톡만백화점, 여름과 달리 스산한 분위기에 깡통을 든 걸인도 있다. 핀란드에는 거지가 없다고들 하지만 헬싱키 한 복판에는 걸인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어딜가나 걸인을 볼 수 있던 미국에 비하면 '없다'는 표현에 가깝지만...

으아앙 춥다! 눈발에 젖고 싶지 않아 모자를 눌러쓰고 입구로 향한다. 얼굴 소멸


끼얏호! 모딜리아니의 나부가 현수막으로 걸려 있다. 모딜리아니는 일생에 단 한 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의 개인전은 누드화로 꾸려진다. 하지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철거명령이 내려지고 개인전도 예정보다 일찍 종료하게 된다. 전시회를 통해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으면 좋았으련만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사랑하는 여인 잔느를 남겨 두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모딜리아니는 초상화뿐만 아니라 여러 버전의 누드를 그렸는데 그중 '누워있는 나부'는 작년 이맘때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972억원에 팔려 역사상 두번째로 비싼 금액을 기록했다. 천재적인 화가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모딜리아니 역시 죽은 뒤에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예술세계의 아이러니!


1972억원에 팔린 누워있는 나부 : 사진출처 연합뉴스

핀란드 뮤지엄 카드 소지자이므로 곧바로 Ateneum 2층 특별전시관으로 향한다. 59유로의 뮤지엄카드만 있으면 일년 동안 핀란드 전역의 박물관에 무한 입장할 수 있다. 관광객입장에서는 비용대비 활용도가 떨어질런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사람에게는 꿀카드다.

타닥타닥,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살짝 열리는 틈으로 빠알간 전시장이 고혹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비스듬한 자세로 얼굴과 목이 기형적으로 긴,눈동자가 없는 초상화들 사이에 조각상이 몇개 있는 이유는 모딜리아니만의 특별한 초상화가 탄생한 계기가 바로 조각상이기 때문이다.


화가로서 성공이 요원한 듯 느껴진 모딜리아니는 잠시 조각가의 길을 걷기도 했는데 이 시기에 아프리카 원시 조각, 에트루스크, 크메르 조각에 심취한다. 오려서 부터 병약했던 모딜리아니는 조각작업과 맞지 않아 조각작업을 중단하지만 이 시기의 영향으로 화법에 변화를 갖게 된 것이다.

에트루스크 또는 에트루리아는 로마성립즈음 로마와 맞닿아 함께 성장하며 로마에 그리스문명을 전파하였지만 로마에 흡수된 문명이다. 알파벳의 기원도 엄밀히 따지면 에트루리아 문명이라고 한다. 크메르는 앙코르와트의 바탕!


다른 작품들은 건성 건성 지나치며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찾아 기웃거린다.


드디어 발견! 한 쪽 벽에 푸른 드레스 여인이 걸려 있다. 이 방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보기로 한다. 다소 긴장된 상태로 푸른 드레스 여인을 살핀다. 의자등받이에 살짝 걸친 왼팔과 늘어뜨린 오른 팔 소매자락 끝에 푸른 기운이 감돈다.

하늘처럼 바다처럼 파란색은 아니지만 분명히 짙은 감청색빛의 푸른 빛이다.
당신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었군요!!!


'사진찍지 마세요' 표시가 있는 그림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 했지만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는데다 멀리서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주변 관람객들의 눈치가 보여 나 역시 멀찌감치 서서 몇 장 찍고는 이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 용기를 내 한 장 남겼다. 모딜리아니의 누드는 대체로 멍하니 드러누운 그림인데 바로 앉아 살짝 가린 이 그림의 느낌이 좋다.


Ateneum

Address : Kaivokatu 2, 00100 Helsinki, 핀란드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으로 핀란드의 허브! 중앙역 바로 맞은편, 시내의 중심에 있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핀란드의 유명 화가 Albert Edelfelt의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Albert Edelfelt는 핀란드의 국민시인 르네베르의 고향 Porvoo에서 태어났다. Porvoo는 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고장인가 보다.

Albert Edelfelt의 작품들, Ateneum에서 볼 수 있다



누가 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커피맛이 훌륭하기로 손꼽히는 헬싱키 5대 카페 중 하나인 La Torrefazione

La Torrefazione가 바로 Ateneum 뒷 편에 있다. 아카데미아 서점 건물 뒷편이고 미술관을 나와 건물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스톡만이 보인다. 그 골목에 있지만 2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구가 작아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가게가 넓지 않아 테이블 간격도 매우 좁다.답답하고 복잡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커피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찾아볼 만 하다.


두 건물 사이에 2층짜리 낮은 건물이 끼어있는 듯 보이는 저곳이 카페 오른쪽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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