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은 이 지역 아이스 스케이팅 클럽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먼저 이 팀을 거쳐 간 선배 언니들과 성인이 되어서도 스케이트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 클럽 출신들이 코치가 되고 학부모 대표들을 뽑아 운영진을 돕는다.
시는 각 클럽의 아이스 링크 사용이라던가 재정부분을 지원하여 어린 스케이터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준다. 각종 아이스쇼, 스케이팅 대회 등을 후원하고 주최하여 끊임없이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김연아 선수가 하늘에서 보물 떨어지듯 국민들 앞에 나타난 그때, 딸들은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인근에 스케이트장도 없었고 피겨 스케이트를 배울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과천까지 차를 몰아 아이들을 실어나를 각오를 했지만 과천빙상장 단체수업의 대기자 명단은 끝을 알 수 없이 길기만 했다.
그냥 재미로 기본만 배우고 즐기려 했는데 개인코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딸이 둘이라 한 코치에 묵을 수 있다는 점에 위로를 찾았다. 강습비를 입금할 때마다, 강습비를 내고 수업을 받는 것인데도 빙상장 입장료를 매번 내야 할 때마다, 그냥, 재미있자고 운동삼아 하는 것인데 이런 거금을 지출해야만 하는가 백 번씩은 고민했던 것 같다. 말태워 대학 보낼 빽도 돈도 없는 평범한 엄마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선배언니들이 코치고 시의 재정 지원도 받고 빙상장은 언제나 공짜이고 즐기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딸들과 비슷한 시기에 스케이트를 시작했던 또래 아이들중 대부분은 스케이틀 접었다. 비용 부담과 거리상의 불편함 등도 원인이지만 표면적인 이유는 선수할 것도 아닌데 뭘, 이젠 공부해야지다.
선수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는 순간, 공부해야할 나이가 되면서 스케이트를 즐길 기회마저 빼앗겨 버린다.
필연적으로 선수를 해야할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고학년이 되었어도, 스케이트를 대단히 잘하지 못해도 스케이트를 타며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다. 어디 스케이트뿐이랴, 언제나 바쁘고 경쟁에 떠밀린 우리는 선택과 포기를 강요받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은 클럽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했다. 전문 사진사가 방문하는 김에 개인 프로필 사진도 찍고 친구들 또는 자매끼리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운동복이 아닌 스케이팅 드레스를 입고 아이들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낼 수 있었다. 드레스가 없는 경우에는 클럽에서 무료로 대여를 해준다. 코치언니들이 운영진들이 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입었던 옷들이라 다양한 사이즈의 옷들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머리를 빗겨 올림머리를 하느라 엄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예쁘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순간이 즐겁기만 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대기실에 가득하다.
딸들이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 사회도 불공평한 경쟁에 아이들을 내모는 일이 더이상은 없도록 촛불을 들자.
옷 차려입은 김에 프로그램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