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최고의 바게뜨를 찾아서
몽마르뜨언덕의 카페, 반짝이는 샹젤리제 거리, 세느강, 에펠탑만큼이나 파리에 대한 로망을 부추기는 것이 있으니 누런 봉지 사이로 삐죽 솟아나온 바게뜨를 무심히 들고 자전거에 올라타는 파리지앵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이름도 파리바게뜨일까
파리시청과 제과제빵 장인 협회(La Chambre Professionnelle des artisans boulangers patissiers, CPABP)가 매년 파리 최고의 바게뜨장인을 뽑는다. 이름하여 Grand Prix de la Baguette de Paris
맛과 향은 물론 잘 구어진 정도와 구워진 모양, 빵의 속까지 모두 살펴 매년 1등부터 10등까지 열 곳의 바게뜨 장인을 선발한다. 이렇게 선정된 빵은 엘리제궁에 일년 동안 바게뜨를 공급하게 되며 최고의 바게뜨장인 또는 최고의 빵집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4000유로의 상금은 덤! 물론 파리의 No.1크로와샹을 가리는 경합도 있다고 하지만 바게뜨 장인을 최고의 제빵사로 치는 분위기인지 유난히 바게뜨 장인의 빵집이 유명세를 얻고 있다.
파리에 가면 매일 아침 빵을 먹겠다는 딸아이의 야무진 각오와 날씨만큼이나 거친 핀란드식 빵이 아닌 섬세한 빵이 그리웠던 나의 욕망에 따라 파리 최고의 빵집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국 블로거의 자료는 2010,11,12 최고의 빵집에 대한 내용과 여행기뿐이다. 아마 그 무렵 누군가가 조사한 바에 따라 여행을 했고 후기를 올린 것이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 너도 나도 저 곳만 간듯하다.
언어의 장벽이 험난하지만 프랑스 사이트를 살피기 시작한다.나에겐 구글이 있으니까!
2008년부터 열 곳씩, 중복 선정된 곳도 여럿이지만 상당히 많은 빵집이 파리 전역에 고루 퍼져 있다. 하지만 유난히 오밀조밀 빵집이 모여있는 곳이 있으니 파리 제빵의 격전지 몽마르뜨 Abbesses 거리다.
해가 어스름한 이른 시각에 일어나 갓 구운 파리 최고의 빵을 사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몽마르뜨 언덕 제과거리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를 빌렸다.
아직은 깜깜한 이른 시각, 빵을 사러 나가려는 엄마를 작은 아이가 따라나섰다. 첫 날 아침의 빵은 2010,2015년, 두 번이나 최고의 바게뜨에 선정된 Le Grenier a Pain
이른 아침이라 한산해 보이지만 낮에는 이곳의 빵을 사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선다.
이튿날부터는 파리의 아침, 빵집 나들이에 흥미를 잃었는지 아니면 여행의 피로때문인지 딸아이는 잠을 택한다. 전날 디저트용 빵을 사기 위해 들렀던 숙소 근처의 빵집
인근 해산물가게에서 새우와 관자 등을 사다가 푸짐하게 저녁 식사를 한 뒤 먹은 초코케잌,애플 파이 등의 디저트가 매우 맛있기도 했지만 갓 구워낸 바게뜨의 따끈따끈함에 반해서 내일 아침은 이곳으로 정한 탓이다.
어둠이 가실 즈음 나서니 등굣길인지 출근길인지 모를 파리의 젊은이들이 빵집에 들러 빵 하나씩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으로 먹으려나 보다.
엄마! 이모부빵보다 맛있는 빵은 먹어본 적 없는데 정말 맛있어요!!!!
(아이들의 이모부는 남산에 위치한 유명H호텔의 제빵장이시다 )
빵이 맛있다고 해야 그저 빵이려니 했는데 이건... 너무 섬세한 맛이에요!!!!!
딸들의 호들갑뿐 아니라 내 입맛에도 너무 맛있는 파리의 빵들, 이른 아침마다 빵을 사러 나서는 길이 즐겁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 디저트를 고르는 재미가 세상없이 행복한 몽마르뜨
2011년부터 2016년 최고의 바게뜨에 선정된 곳들
2008 : Au Duc de la Chapelle, 18e
2009 : Le Grenier de Felix,15e
2010 : Le Grenier a Pain, 18e
2008년부터 2010년 자료는 1위로 선정된 빵집자료밖에 못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