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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11. 2016

미국여행 Best 5 두번째

Grand Teton 빙하물에 수영하자

97년도인지 98년도인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한 남자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친구와 미국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약 십수년 뒤, 내가 미국땅을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자동차여행을 하게 될지는..


미국 자동차여행중에서도 네바다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서쪽으로 캘리포니아에 도달하는 노선은 가장 일반적인 경로지만 제법 터프한 경로다. 이런 자동차여행을 할 여건이 안되거나 부담스러운 분들은 항공편을 이용해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뒤 그랜드캐년정도 경험하거나 옐로우스톤 패키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봉고차, 관광버스가 즐비하고 동양인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다.


패키지여행을 싫어하고 체력과 운전하나는 안빠지는 남편덕분에 우리는 여행이다! 하면 무조건 자동차여행인데 서부여행 첫번째코스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시작했다. 서부로의 관문 센트루이스를 거쳐 라스베가스와 애리조나의 그랜드케년을 거점으로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 캘리포니아의 도시들을 방문하는 것... 뻘겋고 황량한 네바다를 끈기있게 달려 가로지르면 펼쳐졌던 캘리포니아!


나는 황금보다 귀한 햇살을 받으며 서부개척자들의 열띤 환호성이 절로 그려지는 그런 반가움을 느낀다.


첫번째 서부여행을 떠난 시점은 늦가을, 땡스기빙이었는데 당시 애리조나에 눈보라가 몰아쳐 눈보라를 뚫고 하얀 그랜드케년에 올랐었다. 하얗게 눈덮인 그랜드 케년은 장관이긴 했지만 시야가 흐려 멀리까지 펼쳐진 그랜드케년을 눈에 담을 수 없었고 차를 몰고 내려오는 길에 약간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어쩐지 올라가는 차가 하나도 없더라니...


협곡사이 캠핑이나 카누잉도 할 수 없는 날씨... 아쉬움을 가득 안고 내려왔는데 이때도 몰랐다. 그뒤로 두번이나 더 또 오게 될 줄~ 그랜드케년의 날씨경험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세미티공원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폐쇄되었다는 소식... 요세미티를 포기하고 캘리포니아 도시에 주력하기로 한다.


장거리이동을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한 군데 여행지가 빠지면 기본적으로 사나흘은 여유가 생긴다. 요세미티를 포기한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맑은 날을 잡아 그랜드 케년에 다시 오른다. 안왔으면 어쩔 뻔 했어! 당시만 해도 그랜드케년을 보고 자연의 웅장함에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하지만 3대 케년을 다 보고 나니 그랜드케년이 셋 중 가장 별로였다는 것은 그랜드케년만 경험하신 분들께는 약간 충격되시겠다. (참고로 내게는 브라이스 케년이 최고! )


요세미티공원의 포기는 두번째 서부여행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번에는 일단 북쪽으로 올라가 서로서로 향한다. 엄마의 어린 시절을 꼭 닮은 큰 아이는 ' 큰 바위얼굴' 책을 읽은 뒤로 쭈우욱 러쉬모어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러쉬모어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의 두번째 서부여행이 시작된다.


옐로우스톤과 그랜드티탄은 나란히 붙어 있으나 그 지세는 너무나 달라 여행자에게 선사하는 감동도 다르다. 그랜드 티탄은 지각이 융기하여 생긴 산맥으로 록키산맥의 일부인 티탄산맥과 그 주변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최고의 청정지역이라고도 한다. 깨끗한 웅장함에 잠시 넋을 잃는다.


푸르디 푸른 너른 땅에 우뚝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봉우리 세개가 어느 각도에서건 그 위용을 드러내며 서있다. 이중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Teton인데 프랑스어로 젖가슴을 의미한다고 한다. 거대한 세개의 젖가슴...

사진은 소개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랜드티탄의 매력은 급격하게 솟아오른 저 봉우리와 주변의 호수인데 녹은 빙하가 흘러 모여 너른 바다와도 같아 보인다. 자! 이곳에서 수영을 하자고!


나무를 모아 뗏목을 만들고 있는 딸들 ...크고 무거운 나무는 덩치좋은 저 오빠들이 옮겨 주고 뗏목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두번째 서부여행은 여름방학기간중이어서 한여름이었지만 빙하가 녹은 물에서 장시간 수영하기에는 한기가 심하게 느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캠핑도구!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대부분 캠핑장과 피크닉 에어리어가 있어서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사이 담요를 깔고 누워 쉬던 나는 버너에 불을 올린다. 살짝 발을 담가보았지만 너무나 차가워 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도로 나왔다.


오늘의 메뉴는 멸치칼국수! 물놀이후 뜨끈한 국물로 몸을 데운 아이들은 쉽사리 물에 다시 들어가지 못한다.


햇살아래 비치타올을 담요삼아 온 가족이 휴식을 취한다. 장거리운전을 몇일간 계속 한 아빠는 이미 달콤한 낮잠을 즐기며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딸아이들은 심기일전하여 다시 풍덩


그랜드티탄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면 호숫가 산책이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차를 몰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 어디건 멈춰 서서 캠핑의자를 펼치기만 하면 그보다 좋은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 내려놓아도 둘이라 그런지, 또래가 비슷해 그런지, 성별이 같아 그런지 딸아이들은 찰떡같이 붙어서 잘도 논다.


둘이라 다행이야 그치?

남편과 나는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인다.


'저것들은 좋겠다... 한참 놀 수 있는 어린 나이에 이런 호사를 누려가며 노니까...'

'그러게... 열살도 안된 녀석들이 빙하 녹은 물에 수영을 하게 될 줄이야...'


강철체력 아빠와 용감무쌍 엄마를 닮아 열시간씩 스무시간씩 차에 태워 이동해도 지겹다 힘들다 기척하나 없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물만난 고기마냥 사력을 다해 놀아주는 녀석들덕분에 또다시 힘을 내 이동을 준비한다. 체크인 마감시간 전에 숙소에 가서 하루 쉬고 새벽에 일찍 움직이려면 부지런히 가야겠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또 얼마나 달려야 할지 모르지만 그랜드 티탄 산줄기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시선을 붙드는 야생의 매력이 자꾸만 발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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