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마저 우아한 Santa Barbara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아 그가 등장한 드라마나 인기의 여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인상하나만 보고 막연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 이상윤
조각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잘생김으로 무장하지도, 헬쓰장 탈의실 문앞에 걸린 포스터의 우람한 아저씨들처럼 마초적인 몸매를 내세우지도 않고 그냥 선하게 웃는 그 얼굴이 좋았다. 부담스럽게 남성적이지도 않으면서도 비린내나게 곱상하지도 않은 그는 내가 아는 정말 시집잘간 어떤 여자의 훈훈한 남편, 만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공덕을 쌓았다면 나의 곁에 있어줄 것도 같은 약간의 희망은 품어보아도 될 것 같은 잘생김이 매력이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호감을 주는 도시가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의 캘리포니아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Santa Barbara. Santa Barbara는 캘리포니아에서라면 특별할 것도 없는 황금가루 햇살과 부유한 노인들이 오가며 시간을 보낼 것만 같은 갤러리들과 노천카페들이 내가 기억하는 Santa Barbara의 이미지의 전부인데도 그냥 좋고 따스하고 아련하다.
내가 전생에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거나 가슴아픈 이별을 했거나 하진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상윤이라는 배우가 'Santa Barbara'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Santa Barbara를 배경으로 서있는 그의 모습만 보아도 행복할 것 같았지만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가 개봉하던 즈음에는 미국에 있었고 미국에서까지 영화를 접할 수 있을 만큼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나보다. 검은 손을 뻗쳐도 감상할 기회를 잡지못한 것을 보면 말이다.
Santa Barbara는 마치 스페인이나 이태리의 휴양도시에 온듯한 기후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운타운을 걷다보면 미국의 어느 도시라기 보다 남부유럽의 작은 마을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각종 도서관, 박물관이 즐비하고 갤러리가 골목마다 들어서 있다. 골목골목을 구경하다가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법원건물을 향하게 된다. 법원의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이곳의 풍취를 더욱 짙게 해준다. 종소리를 따라 법원에 도착했다면 법원 건물로 들어가 건물 내부와 정원을 구경하고 꼭대기층에 올라보자. Sanata Barbara시내와 멀리 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어도 노란색 맥도널드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알파벳 M과 흡사한 이 노란색의 거대한 구조물은 ' 언제 어디서라도 너는 나를 발견하고 말거야' 라고 주문을 외우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그런 이미지다. 노랗고 빨간 맥도널드. 하지만 이곳 Santa Barbara에서는 맥도널드마저도 우아하고 고풍스럽다.
Santa Barbara는 와인의 도시라고도 할만큼 와이러니가 발달해 있고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먹거리와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와이러니나 브루어리 투어가 부담스럽다면 길가에, 바닷가에 테이블과 파라솔만 펼치면 훌륭한 카페가 되는 이곳 노천카페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리조트와 휴양을 할 수 있는 호텔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시간만 허락한다면 느긋하게 낙원을 느낄 수 있는 곳, Santa Barbara. 바로 이 도시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이 부러웠다. 대도시들 사이에 이런 낙원이 존재하다니...칼바람의 도시 시카고 주변은 이런 햇살뿐만 아니라 이런 고즈넉하면서도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가 없다. ( 물론 나에게 최고의 도시는 시카고!!!!)
만일, 램프의 요정이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노인이 되면 Santa Barbara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외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