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의 Washington
미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독립기념일도 아니고 Washington여행을 안한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선언하는 아내
벚꽃이 펴서 Washinton에 혼자라도 가야겠다 하더니 신년맞이 카운트다운을 타임스퀘어에서 하겠다 하질 않나... 말디그라니까 뉴올리언즈에 간다 하고 때맞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혼자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서는 아내때문에 내 남편은 늘상 애가 탈 것이다.
휴일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보면 아내는 아이들과 사라진 뒤다. 일어나면 먹으라고 식탁에 상까지 차려놓고 나간 것을 보니 한동안 안들어올 예정이다. 메세지를 보내본다. 역시나 이미 차로 세 시간 넘게 달려 이웃하는 주의 박물관에 가있든 시카고의 어느 박물관이나 놀이공원에서 놀고 있다. 벌써 몇 주째 연달아 이러는지 헤아리지 않은지 오래다. 푹 쉬다가 조용히 공부하라는 배려라지만 적막한 집에서 눈을 뜰때면 마치 환상특급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이런 아내가 이번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Washington에 갈것이라 선언한다. 옆동네 가듯 이야기하지만 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13시간 거리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미국의 수도에서 한 번쯤 맞이해야 할 것 같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달력을 확인한다. 마침 독립기념일이 주말과 연달아 있어 조금만 무리하면 Washington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만에 달려가고 놀다가 하루만에 돌아오지 뭐... 하루에 13시간은 가니까.....왠일인지 남편도 호텔을 알아보는 등 여행준비를 시작한다. 오호라~ 연휴앞뒤로 수업도 빼는 것 같다. 신난다! 아마 말린다고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테고 안갈 아내도 아니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본인도 가고싶었는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Washington 불꽃놀이여행은 나의 선언과 함께 시작된다.
" 아이고, 워싱턴이 어디라고 불꽃놀이보러 거까지 갑니까~ 여서도 하는데~"
주변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달려달려 Washinton에 도착한다. 이제 그들도 말뿐이지 우리 가족의 훌쩍 훌쩍 겁없이 떠나는 여행에는 익숙하다.
지난 해 여름 Washington을 기점으로 New York에 이르기까지 동부해안을 따라 여행을 한 뒤라 이번에는 아이들과 여유있게 박물관투어를 하기로 했다. 물론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도 갖춰야지!
Washinton은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등의 명소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를 통해 자연사박물관이 소개된 바 있다.
Washington의 박물관들은 미국의 기부교육재단인 스미소니언 재단의 운영하에 있으며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Washington 시민들은 얼마나 좋을까?!?!? 물론 Chicago의 박물관 역시 최고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무료는 아니기에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Washington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스미소니언의 항공우주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을 꼭 한 번씩 들러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박물관 투어도 하고 잔디밭에서 숙소에서 준비해 온 샌드위치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여유있는 일정을 보내다가 독립기념일 행사일에는 일치김치 제퍼슨공원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담요를 깔거나 접이용 의자등을 가져와 불꽃놀이가 시작될때까지 모여 행사를 즐긴다.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로 넓디 넓은 제퍼슨 공원이 금새 발디딜 틈도 없이 꽉차버렸다. 음악도 들리고 들뜬 사람들의 밝은 에너지가 어우러져 마치 축제장과도 같다. 우리 나라 독립도 아닌데 분위기에 휩쓸려 괜히 신난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챙겨온 간식을 꺼내 먹으며 불꽃놀이가 시작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때 먹은 체리는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로 멋진 불꽃놀이의 광경을 다 담을 수 없어 아쉽지만 두 눈으로 보고 물개박수 치며 감탄하던 딸아이들의 모습까지도 기억에 선하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아직도 여운이 남은듯 축제를 즐기며 행진한다. 식민지배와 독립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겁고 경건함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국민들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Washington을 방문하지 못했다면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톰소여의모험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미 중부의 한니발이라는 도시에 들러보아도 좋다. 한니발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와 퍼레이드가 펼쳐지니 여행일정이 겹친다면 불꽃놀이장소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마 그 도시의 아무나 붙들고 물어봐도 잘 알려 줄 것이다. 그 도시안에서는 특별한 건설공사나 사유가 없는 한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행사가 진행되므로 주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음 기회에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도 들고 올께요!
한니발에서는 독립기념일에 톰소여의날 행사를 합니다요~ 물론 이것을 보려고 일부러 미국에 올만한 행사는 아니지만 기회가 되어 자유여행을 하게 된다면 일정에 참고하실 수 있을까 해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