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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an 28. 2017

핀란드의 겨울, 알파인 스키도 즐겨 보자

Himos Ski Resort

스키의 종류는 알파인, 노르딕, 트윈팁, 알파인 투어링, 모노, 텔레마크 스키 등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키는 알파인 스키다. 북유럽에서 많이 타는 노르딕 스키는 평지나 작은 언덕 등을 가로질러 다니며 타는 스키로 뒤꿈치와 스키가 들리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에 편리한 구조다. 스키날도 좀더 날렵하고 길다.


이곳에서 스키라 하면 우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키가 아니라 노르딕스키, 좀더 정확하게는 크로스 컨츄리 스키를 뜻하며 알파인 스키를 다운힐 스키 또는 알파인 스키라고 별도로 지칭한다. 그만큼 크로스컨츄리 스키가 좀더 대중적인데 그 이유는 슬로프와 리프트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마을 어디서나 눈길이 있고 숲이 있으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핀란드사람들이 알파인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로비니에미를 비롯한 눈의 천국, 라플란드에는 대규모의 유명 스키 리조트가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가 모여 있는 핀란드 남부에서 라플란드까지는 최소 13시간이상 운전을 해서 가야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스키를 타기 위해 라플란드까지 가기는 무리가 따른다. 남부 핀란드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스키리조트가 헬싱키에서 세 시간이 채 못되는 Jamsa라는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핀란드 제2도시인 Tampere에서 대략 한 시간, 중부의 큰 도시 Jyvaskyla에서 40분 거리다. 핀란드 사람들이 쉽게 찾아 알파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리조트 Himos Ski Resort를 찾았다.


어라?요즘 날이 덜 추워 문 닫았나?왜 사람이 없지?


운전을 해서 리조트에 가까이 다가가도 한산한 슬로프, 리조트까지 가는 길은 그저 눈길과 꽁꽁 언 호수위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이들뿐이라 두 눈으로  하얀 슬로프를 보면서도 저기 보이는 저곳이 운영중인 스키 리조트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마을 입구부터 휘날리던 스키장의 깃발, 길목마다 늘어선 스키용품 대여점과 강습소 등 한국에서 스키장을 다닐 때 보았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스키장 주변 호수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사람들


뭐야, 중남부에서 제일 큰 리조트라더니... 지산리조트같아....


겨울나라 핀란드의 스키장이라기에 기대도 했건만 한산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작년 겨울 들렀던 라플란드의 스키장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국토의 크기에 비해 인구가 적으니 어딜가든 붐비는 일이 없다. 덕분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보더가 넘어지면서 덮쳐 다칠 염려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결혼 전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갔다가 스노우 보드를 타고 턴을 하던 어느 청년과 친구가 부딪히면서 청년에게 깔리는 사고가 있었다. 그때 친구는 갈비뼈에 금이 가 겨우내 고생을 했던 탓에 그 이후로 스키를 타면서도 보더를 보면 겁이 나곤 했다. 게다가 딸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이 스키를 타는 도중 덩치 큰 어른과 부딪혀 부상을 입을까하는 것이었는데 이곳에서라면 걱정이 없다.


스키타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괜한 농이 아니다.

핀란드의 스키 리조트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웠을 것만 같은 꼬마 아이들도 스키를 배우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어릴때부터 스키를 배운 아이들은 너댓살정도가 되면 매우 전투적으로 스키를 즐긴다. 스키장 한 켠에 연습을 할 수 있는 나즈막한 슬로프가 마련되어 있고 그 옆에는 더욱 어린 아이들을 위해 썰매장도 준비되어 있다. 딸들이 어릴 적, 제법 비싼 돈을 주고 눈썰매장에 들어 가서 하루의 절반은 줄을 서서 눈썰매를 타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처럼 멋진 설경에서 무료로 썰매를 탈 수 있는 이곳 아가들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무료 썰매장의 클라스
이정도 낮은 슬로프도 리프트가 무료라 아이들이 연습히기 좋다

스키장 한 켠에는 캠핑장이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 피크닉 에어리어가 있다. 어딜 가든 야외활동 후 소세지를 구워 먹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오두막과 벤치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도시락 챙겨들고 다니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반갑고도 편리하다.


핀란드의 스키장에서 장비를 렌탈할 때 신분증을 요구하지도 않고 신청서에 적어 낸 주소 등 개인 정보가 맞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장비를 내준다. 이틀 또는 삼일 등 장기 렌탈도 가능한데 이 경우 장비를 들고 리조트를 떠났다가 다음 날 다시 돌아와 렌트한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대로 들고 가버리면 어쩌려고 그냥 내줄까?


다른 선진국에서도 그러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마련한다. 적어낸 개인정보가 맞을 것이라는 신뢰, 렌탈한 장비는 반납할 것이라는 신뢰가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고 도난방지 등을 위한 장치를 생략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게 한다.


한국에서 출장을 왔던 분들이 핀란드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크게 놀랐던 것이 자판기 시스템이었다. 동전이나 소액 지폐를 넣고 버튼을 눌러 물건을 고르는 자판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판기가 아니라 바구니에 초코바와 쿠키를 담고 작은 돈통을 곁에 둔 자판기다.


아니, 이렇게 놔두면 누가 돈내고 먹어요?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돈을 내고 자기가 낸 가격만큼의 쿠키를 가져간다. 물건의 수량과 놓고 간 돈의 금액이 대체로 맞는단다.자판기기계를 설치하려면 비용이 드니 쿠키값이 오르겠지만 이렇게 운영하면 좀더 저렴하게 팔 수 있다. 정당하게 비용을 치르고 물건을 가져가면 모두가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고가의 스키장비렌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가 이거들고 한국가버려도 모르겠네.


우스개 농담처럼 이야기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중산층의 기준을 소득과 재산만으로 삼는 나라는 우리 나라를 제외하고는 얼마 없다고 한다. 선진국이라는 것도 소득만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볼 때, 경제성장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성숙한 태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핀란드에서 스키를 타면서도 잠시 생각해 본다.




Himos Ski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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