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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an 29. 2017

뜻밖의 손님, 밤하늘을 가르는 오로라

우리 가족 새해맞이 선물

어!?!? 저거 오로라 아니야?


차창밖으로 새까만 도화지의 스케치북이 촤르르 펼쳐지듯 그렇게 까맣기만 하던 풍경 너머로 초록빛 거대한 물결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춤사위를 따라 차창 멀리 시선을 두고 보니 까만 밤하늘빛을 가르는 거대한 물결, 오로라가 틀림없다.


얘들아, 저기 오로라야!


지난 겨울, 오로라를 보겠다며 라플란드까지 열 여섯시간을 달려갔건만 야속하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오로라가 행여나 재빨리 숨을까 염려되어 달리는 차안에서 잠든 아이들을 깨운다. 남편은 숲을 가로질러 좁다랗게 뻗은 사잇길에 차를 세운다.


오로라라는 말에 눈을 번쩍 뜬 딸들은 잠결에 눈이 다 떠지지도 않았건만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오로라를 찾는다.


우와!!!! 진짜 오로라다!!!!


2017년 설날 저녁, 핀란드의 도로를 하염없이 달리다가 문득, 오로라를 만났다. 2017년, 왠지 예상치 못한 행복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황금빛 햇살이 부서지듯 반짝이며 흩날리는 어느 이른 아침, 싱그러운 초록 들판에는 요정의 눈물처럼 영롱한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다. 이보다 사랑스러운 싱그러움이 또 있을까...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 새벽의 이슬이 된다고 한다. 그리스신화의 에오스는 로마신화의 Aurora고  Aurora는 라틴어로 새벽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는 지구 밖에서 태양풍을 따라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들어오는 입자가 지구의 초고층 대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빛을 보고 Aurora라고 이름지었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고위도 지방, 주로 극지방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극광이라고도 하고 Aurora를 자주 볼 수 있는 북유럽에서는 Northern light라고 부르는 오로라


누군가는 오로라여행을 필생의 기회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풍을 따라 지구 근처를 지나다가 자기장의 흐름에 따라 출몰을 하니 극지방이라고 해도 매일같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로라가 나타났다고 해도 날이 밝거나 날이 흐리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위해 힘들게 극지방을 찾아 가도 반드시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위도가 높은 지역의 여름은 백야현상으로 한 밤중에도 하늘이 훤하게 밝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겨울에 움직이는 것이 유리한 까닭이다. 하지만 겨울의 극지방은 매우 춥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똑같은 눈덮인 풍경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 오로라 관측에 실패한다면 달리 여행의 목적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비록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눈썰매나 순록썰매를 관광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고색찬란한 성당과 유물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고성들,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즐비한 미술관, 강가를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와 정교하고 아름다운 다리위 거리의 예술가들이 유혹하는 유럽여행에 비하면 심심하기만 하다.


이런 매력을 뒤로 하고 오로지 오로라를 위해 추운 계절에 극지방을 찾았을 때, 마침 날씨가 맑고 오로라가 나타나준다면 바로 그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까만 밤하늘에 초록색 커튼이 드리워지듯 일렁이는 오로라를 본다는 것은 일생의 기회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핀란드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이지만 남쪽까지 오로라가 내려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최소한 차로 13시간 이상 달려가야 도착하는 극지방에 휴가를 내가면서 올라가 보았지만 지금껏 오로라 관측에 실패했었다.


한 번은 오로라가 캐나다쪽에 강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또 한 번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뒤덮여서 보지 못했다. 이번 겨울에는 반드시 오로라를 보리라! 남편과 나는 의기투합하여 오로라여행을 계획했다.


흠, 라플란드에서는 실패했으니 오로라를 보기 좋은 다른 장소부터 찾아보자.(이하, 스키이스캐너 자료 )


1. 노르웨이의 트롬쇠

2. 핀란드의 라플란드

3.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4. 캐나다

5. 스웨덴, 러시아 등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행을 했던 곳이고 오로라가 아니라면 별다른 매력이 없는 곳들 뿐이다. 아이슬란드로 갈까? 이왕 아이슬란드에 간다면 블루라군에서도 좀 머물고 얼음동굴탐험도 해야 할텐데 일정이 촉박한걸.. 어디로 가서 오로라를 볼까


휴일은 한정되어 있고 이동거리가 상당하다 보니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날씨와 오로라 예보를 토대로 최적의 장소로 운전해서 가보자는 무모한 계획으로 오로라 헌팅에 나섰는데 가는 도중 예기치도 않게 길에서 오로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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