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내게로 찾아온 뒤, 그간 하지 않던 일이지만 의식적으로 아이를 위해 열심히 챙긴 것이 있으니 바로 하루 한 알 호두먹기
두뇌발달에 좋다는 호두를 하루 한 알씩 꼭 챙겨먹었고 일주일간 합숙교육을 떠날 때는 호두 일곱 알을 정성스레 싸들고 가 숙소에서 잠들기 전 한 알씩 먹곤 했다. 친정이나 시댁에 갈 때도 자고 오는 날의 수만큼 호두알을 세어 챙겨갔다.
장담컨대, 호두를 먹기 시작한 뒤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까지 단 하루도 거른 날이 없다. 지금에 와서야 그게 뭐라고 그리 열심히 챙겼는가 우습기도 하지만 내가 열심히 호두만 먹는다면 내 아이는 정말 명석한 아이가 될 수 있을거라는 마법같은 것을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몸에 좋기로는 어디 호두뿐이랴, 견과류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꾸준히 챙겨먹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땅콩, 피스타치오, 마카다미아, 호두, 잣, 아몬드 등 다양한 견과류의 종류만큼이나 견과류의 효능은 다양하다.
물 한 잔 마시자, 견과류 한 줌 먹거라... 생각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권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탁탁탁
집에 있는 모든 견과류를 꺼내 굵직하게 다진 뒤 파운드 케잌을 굽던 틀에 붓는다.
호박씨와 해바라기씨도 솔솔 뿌리고 견과류는 아니지만 햄프씨드도 솔솔 뿌린다. 몸에 좋다고 아무리 권해도 견과류보다 먹이기 더 어려운 것이 햄프씨드다.
바삭한 질감을 위해 먹다 남은 시리얼을 붓는다. 뻥튀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이곳에 없는 것이 어디 뻥튀기뿐랴
제빵용 초콜렛을 중탕으로 녹여 휘핑크림과 함께 잘 섞은 뒤 3/1 정도는 남기고 빵틀에 붓는다. 알뜰이 주걱으로 뒤적뒤적 잘 섞어준 뒤에 나머지 3/1을 겉면에 펴바른다.
이대로 굳으면 견과류가 가득한 초코바 완성!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만 하면 된다. 요즘같은 날씨라면 테라스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우리 집 테라스는 갓 구운 빵과 쿠키를 식혀주기도 하고 묵을 식혀 굳혀 주기도 하더니 초코바도 굳혀 준다.
견과류만으로도 잘 먹어주면 좋겠지만 임신 중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두를 챙겨 먹던 에미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들은 견과류 먹는 일에 별 관심이 없다.
초콜렛의 달달함을 빌어 견과류를 먹이겠다는 어느 엄마의 추운 밤, 간식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