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졸업생들
2월 세째주 금요일은 12학년 학생들의 마지막 school day입니다. 12학년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2월 네째주 한 주동안 겨울방학을 보냅니다. 이 시기에는 한국에서도 종업식과 졸업식이 한창이지요. 딸아이의 한국친구들 역시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 맞춘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부담감과 설렘을 메일에 담아 전하기도 해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졸업과 입학이라는 한 차례의 과정을 멀리서나마 엿보는 것이지요.
핀란드는 9학년제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딸아이에게 친구들의 졸업과 입학이 그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의무교육인 9년의 종합학교과정을 마치면 3년 과정인 인문고등학교와 직업전문학교로 나뉘게 됩니다. 직업전문학교를 마치면 전문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취업을 합니다. 12학년을 마치면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인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된다는 의미와 함께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다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입시의 결과에 따라 졸업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현실이 안타깝고 마음아프지만요.
12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핀란드의 졸업생들은 내일있을 졸업식을 앞두고 마지막 학교에서의 일상을 조금 색다르게 보낸답니다. 각 학교에는 커다란 트럭이 준비되고 다양한 코스튬으로 꾸민 졸업생들이 학교를 상징하는 깃발 등을 내걸고 트럭주변으로 몰려들지요.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마치 축제를 즐기듯 즐거운 모습입니다. 립스틱 등을 챙겨온 언니들은 재학생 동생들의 얼굴과 손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 덕담 한 마디 남겨주기도 해요.
모든 졸업생들이 모여들면 하나둘씩 트럭에 올라타고 트럭은 서서히 움직입니다. 도시 가운데 위치한 광장을 향해 트럭이 출발하면 졸업생들은 일제히 후배들에게 사탕을 던져 줍니다. 사탕을 던지며 학교의 구호를 외치며 시내 광장까지 트럭은 천천히 행진을 합니다. 드디어 각 학교의 트럭들이 광장주변에 몰려들면 구경하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졸업을 축하해 주고 어린 아이들은 사탕을 줍느라 바쁘지요.
12학년을 마치면 이 학생들은 하얀 모자를 하나씩 받게 될거에요.핀란드 사람들은 이 모자를 평생 간직하며 5월1일 Vappu마다 꺼내 쓴답니다. Vappu행사 역시 핀란드의 큰 축제 중 하나에요.
Vappu이야기는 5월에 들고 올께요
한국의 친구들처럼 졸업식과 입학식의 추억은 없지만, 심지어 초등학교 졸업앨범도 없지만 핀란드언니오빠들이 트럭을 타고 던져주는 사탕을 잔뜩 주워담아 왔으니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추억은 건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