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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05. 2017

핀란드의 민족시인 Runeberg의 날

Runeberg Day와 케이크

일요일 아침, 조금 늦장을 부리며 부엌으로 올랐다.


브런치를 준비할 시간이다.

브런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샌드위치인데 한국에서 샌드위치를 만들 때면 뽀얗고 부드러운 식빵이 주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의 식빵처럼 뽀얗고 부드러운 식빵을 찾을 수 없다. 거칠고 뻑뻑한 식빵은 우리 가족에게 인기가 없다. 문득 문득  짧은 한숨과 함께 '아, 한국 식빵 먹고 싶다!'라고 딸들이 중얼거리는 까닭이다.


대신 이곳에서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말즈음 장을 보면 두세가지 정도의 빵을 사다 놓곤 한다. 빵봉지를 하나 꺼내 들고 창밖을 보니 핀란드 국기가 바람결에 펄럭인다.

아이 방 창으로 보이는 풍경
부엌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


오늘이 무슨 날이더라...?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남의 나라 사람인지라 쉬는 날이 아니라면 이곳의 기념일에 무관심하다. 문득 얼마 전에 Gemma가 챙겨 보낸 Runeberg cake이 떠오른다. 장을 보러 들른 마트에 즐비했던 Runeberg cake도 생각난다. 조만간 Runeberg day로구나 생각하면서 진열된 케이크의 사진을 찍었더랬다.



아! Runeberg Day구나.

Runeberg는 핀란드의 국민시인으로 민족주의작가이다. 그는 핀란드문학 사상 처음으로 핀란드 국민과 풍경을 그려낸 작가로 핀란드 농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 Runeberg는 지금까지도민족시인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 <나의 조국>은 핀란드 국가(우리의 땅 : Maamme마아암메) 가사로 지금까지 불리우고 있다.


스웨덴의 지배하에 있던 19세기 핀란드는 스웨덴어로 문학작품이 창작되었고 작품의 내용 역시 스웨덴을 노래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Runeberg역시 스웨덴어로 작품을 남겼고 현재 핀란드 국가의 가사 역시 스웨덴어 가사이다.


물론 지금은 Runeberg가 쓴 가사를 파보 카얀데르( Paavo Cajander)가 핀란드어로 바꾸어 지은 국가를 부르고 있다. 딸들은 외국인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인지 크리스마스 행사 등 기념행사에서 핀란드어 국가와 영어 국가 두 번을 부른다고 한다. 핀란드 국가는 참으로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가 보다.


핀란드 국가의 작곡가는 독일인으로 독일인 작곡가의 곡에 스웨덴어 가사라는 점때문에 국가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또 한 명의 민족적 영웅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국가로 바꾸자고 하는데 애초에 기악곡으로 작곡된 곡이라 가사를 붙여 노래로 부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Runeberg는 핀란드 남단에서 대략 6시간 정도 북쪽에 위치한 야콥스타드라는 서쪽 바닷가마을에서 태어나 헬싱키에서 대학을 다니고 헬싱키 인근 Porvoo에서 살다 생을 마감했다. 핀란드 중세마을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Porvoo에는 Runeberg가 살던 집이 소박한 박물관으로 변모하여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Runeberg의 아내가 Runeberg를 위해 부족한 재료만으로 궁리끝에 구워낸 빵이 지금의 Runeberg cake의 시작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Runeberg Day에 Runeberg cake를 먹으며 그를 기념한다.

Runeberg Day를 맞아 우리 마을 관리인은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아침부터 국기를 게양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Runeberg를 원망하며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Runeberg cake는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발전 중이다


Runeberg cake를 찾아 나선 Porvoo나들이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https://brunch.co.kr/@lifeinfinland/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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