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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24. 2017

별 것 아니지만 특별해 지는 것

Finland, Tampere

" 땀뻬레에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 도넛이 맛있대, 다녀올까?"


Tampere는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도시이다. 명색이 핀란드 제2도시라고는 하지만 숲과 호수말고는 특별한 것 없는 이 나라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 마을, 이웃마을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그런 곳이다.두 시간 달려서 땀뻬레를 가느니 헬싱키를 가는 것이 그나마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 곳 땀뻬레


Pyynikki Tower


땀뻬레의 북쪽언저리에 작은 산이 있고 그곳에 자그마한 전망대가 있다. 방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망대 일층 카페에서 파는 도넛이 맛있다고 후기를 남겼더라. 땀뻬레의 다른 전망대에 올라 숲과 호수가 펼쳐진 멋진 풍경을 감상했었고 그곳에서 멋진 식사도 했었다. 하지만 왠지 도넛이 궁금하다.


"그것만을 위해 가긴 좀 그렇지 않아?"


역시나 남편은 도넛을 먹겠다고 집을 나서기는 싫은 것이다. 그래도 가고 싶다고 하면야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같이 갈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책임감으로 시작된 이 나들이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억지나들이가 싫어서 지금껏 미뤄온 피니키 전망대 나들이


한 주간의 겨울방학을 앞두고 인근 도시의 행사를 조사하던 중 땀뻬레 관광 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망대 클라이밍, 도넛을 먹으러 갈 핑계거리를 찾았다.



도넛은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숙제를 마치지 못한 학생마냥 어딘가에 흘리고 온 옛사랑의 흔적을 추억하는 여인마냥 도넛을 생각해 왔다. 특별하지 않은 이 도넛은 그렇게 내게 특별한 도넛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특별한 것들 중 대부분은 우리의 마음이 특별하게 만들어 준 별거 아닌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이 쌓인 곳마다 한글로 인사를 남기고 온 딸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방명록에 한글인삿말을 남긴다. 아이의 인사는 다음에 찾아올 한국 관광객에게 작은 특별함을 줄 지도 모를 일이다.



클라이밍과 도넛,

무엇이 더 특별한 것으로 남게 될까 궁금하네




Pyynikki Observation Tower


Address :

Pyynikin näkötorni, 33230 Tamp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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