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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2. 2017

스파게티, 진정 인터내셔널 푸드로구나

갑작스레 인터네셔날 저녁 준비를 하게 된 날

우리 가족 먹고 사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시간 엄수'와 '저녁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이라는 내가 정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 푸드를 멀리 한다는 것은 규칙이라기 보다 절대진리이고...


딸아이의 친구들이 하교 후 우리 집에서 놀다 보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생긴다. 파자마 파티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한국 입맛이 아닌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하여 미리 장을 봐두지만 준비없이 녀석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려면 냉장고를 최대한 터는 수밖에 없다.


미트로프, 다진 고기를 밑간하여 오븐에 굽는다. 굴려 빚어 동그랑땡이나 미트볼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 번 치대어 납작하게 빚으면 떡갈비로도 변신하는 다진 고기는 냉장고 필수 아이템

치킨, 아스파라거스, 왕새우, 연어 등 베이컨을 둘둘 말아 오븐에 구워도 든든한 한끼가 된다. 이런 경우에는 빵이나 감자, 파스타 샐러드를 함께 준비한다.

바게트 보트라고 불리우는 이 빵은 바게트의 속을 파낸 뒤, 녹인 버터, 다진 양파와 파, 베이컨, 햄, 살라미, 버섯, 당근 등 냉장고에 있는 그 어떤 재료든 한데 섞어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된다. 가끔 치즈나 버터가 부족하면 계란과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어 버무린 것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바게트빵으로 굽다 보니 바삭바삭 맛은 좋지만 먹기 좋게 자르다 보면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어 요즘은 좀더 부드러운샌드위치용 빵으로 대체해서 굽는다. 파낸 빵은 우유, 녹인 버터, 계란 등을 섞어 버무린 뒤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를 뿌려 함께 구우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먹거리가 된다.


냉장고에 연어가 있다면 그야말로 운이 좋은 날이다. 오븐이나 팬에 구워 소스를 뿌려주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 외국 아주머니들이 연어를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 찾아서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뭐니뭐니해도 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더라!


이도저도 마땅한 것이 없을 때는 선반에서 스파게티 면을 꺼내 삶으면 된다. 버섯이나 냉동새우라도 있으면 버섯을 볶아 녹인 버터에 밀가루를 넣고 뒤적이다가 우유를 부어 크림소스를 만들고 다진 고기가 한줌 남아있다면 팬에 넣고 볶는다. 다진 야채와 육수를 붓고 끓이다가 토마토케찹을 이용해 토마토소스를 만들 수도 있으니 냉장고가 텅 비기 직전이라도 저녁 한끼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게다가 스파게티는 만국 공통의 입맛인지 어느 나라 아이건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좋다. 다만, 저녁에 면을 먹이게 되어 엄마인 내 마음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지난 번에는 노란색 보라색 툴립을 사다 놓았는데 금방 피고 지더군요. 이번에는 연한 주홍빛과 붉은 튤립을 사왔습니다.

Aida와 Katie가 우리 집에 와서 놀다가 저녁을 먹게 되었다. 셋이서 우르르 달려와 우리집에서 같이 숙제해도 되느냐고 빤히 쳐다보며 묻는데 안된다고 할 수가 없어 뒷자리에 태워 집으로 왔다.



니딸들 울집으로 가니 편한 시간 아무때나 데리고 가렴~
여섯시에 풋볼가거든, 풋볼 가는 길에 데리러 가도 되니? 다섯시 반쯤?
Bea( Aida동생) 승마장에 내려주고 데리러 갈께, 6시 조금 넘을 거 같은데 괜찮아?
오케이, 일부러 나오지 말고 나오는 길에 데려가. 우리집에서 이른 저녁 먹으면 되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뭘 해먹일까 마땅치 않아 냉장고를 한참 들여다 보았다. 제육볶음 해주려 사다 놓은 돼지고기와 국거리 소고기뿐이다. 스파게티나 해야겠구만..


버섯 몇 송이와 출장자가 남겨 주고 간 뒤 몇달이 지나도록 부엌에 굴러다니던 스팸으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감자천국 이 나라에서는 감자가 차고 넘치니 오랫만에 웻지 포테이토도 하고....

비록 내 딸이 스팸만 안먹고 남겨 빈 접시에 스팸 큐브가 굴러다니기는 했지만 맛있게 클리어,


잘 먹었습니다!





어제는 Fat Tuesday, Pancake day, Shrove Tuesday, Mardi Gr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는 기독교 축일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어 자세한 의의는 알지 못하지만 각 나라의 재미있는 풍속을 경험해 보긴 했다. 호주에서는 이날 어마어마한 게이축제가 열렸었다. 호주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게이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유럽지역에서는 팬케이크를 먹고 미국에서는 아기예수 인형이 들어 있는 말디그라 케이크를 먹었었다. 말디그라 색상인 보라, 노랑, 초록색의 구슬 목걸이와 사탕을 뿌려주는 퍼레이드 행사도 성대하게 열렸었다. 이날 주운 초록구슬 목걸이를 성 페트릭데이, 다른 말로 그린 데이에 차고 나가 시카고 강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구경했었다. 초록 맥주도 마셨는데 색상만 초록이지 맛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


핀란드에서는 이날을 laskiainen라 부르고 평소 먹는 뿔라에 크림과 잼을 듬뿍 얹어 보다 거하게 먹고 금식에 대비한다고 한다. laskiaispulla라고 불리우는 이 빵은 크림얹은 뿔라라는 뜻이다. laskiainen가 되기 약 열흘 전부터 주문을 해 두고 일년 중 단 하루 laskiainen에만 맛볼 수 있는 프린세스 laskiaispulla가 있다고 해서 Susanna와 함께 주문을 했다.


주문한 빵을 직접 가지러 제빵장인의 가게까지 가야하는데다 10개 주문하면 할인을 해준다기에 Susanna와 나, 두 집이 합쳐서 10개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핀란드말 잘하고 비록 십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지만 대대로 Turku에서 나고 자라 인근의 지리를 잘아는 Susanna가 대표로 다녀왔다. 덕분에 오늘 디저트는 프린세스 크림 뿔라로 예쁘고 달콤하게 해결!


Susanna와 주문해서 맛 본 프린세스 크림 뿔라, 뿔라위에 크림과 라즈베리 잼을 얹은 기본형 Laskiaispulla에 설탕공예로 예쁘게 옷을 입혀 장식한 프린세스 크림뿔라, 예쁘기도 예쁘지만 지금껏 먹어본 어느 뿔라보다 빵의 결도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뿔라는 결이 뻑뻑하다. 마트에서 빵을 대량으로 사다 놓고 커피와 함께 파는 카페는 절대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그런 카페에 몰려있다. 아이참...



마트에서도 팔고 빵집에서도 팔고 카페에서도 팔고

이 시즌에는 어딜가든 크림과 잼을 얹은 뿔라 laskiaispulla 천지다. 무엇을 얹었는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데 이름이 점점 길어지고 복잡해져서 기억하기는 커녕 알아듣기조차 힘들다. 그냥 크림 더하기 뿔라, 락쓰끼아이쓰 뿔라까지만 기억할란다.




대문의 스파게티사진은 ezday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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