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과 샹폴리옹의 로제타스톤 해독이야기
아이가 몇살이지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청진기를 거두며 아이의 나이에 따라 처방전을 발행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몸집이 작으니 성인보다 적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아이의 연령에 따른 투약법이 정확하게 어떤 방식에 의해 산출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른의 투약량에서 아이의 나이를 곱한 후 아이의 나이에서 12를 더한 값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영의 법칙
Young's rule이다. 어린 아이를 위하여 산출하는 규칙이라 영의 규칙이 아니라 이 규칙을 고안한 사람의 이름이 Young, Thomas Young이다.
토마스 영? 과학시간에 배웠던 빛의 파동 이론, 빛은 입자라 하였던 뉴턴의 견해을 뒤엎은 그 토마스 영이란 말인가? 그렇다. 바로 그 토마스 영이다. 물체에서 일어나는 변형과 압력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영의 계수도 다른 Young아니고, 이 Young이다.생리광학의 창시자로 수정체의 굴곡과 변형에 따른 시야의 변화, 망막신경조직과 색의 지각을 설명했고 표면장력 원리에서 모세관 현상이론을 끌어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Energy 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정의한 사람도 바로 이 사람이다.
그리고 이 Young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도전하여 로제타석에 쓰여 있는 민중문자로 된 문구를 현대용어로 완벽히 해독하였다.아인슈터인까지도 천재성과 박학함을 극찬했던 괴물같은 사람, 토마스 영의 해독은 이후 샹폴리옹이 해당 문자를 정확하게 해독하고 고대 이집트어의 문법을 밝히는 데에 초석이 된다. 다방면으로 박식했으며 의사와 교수업무에 충실하고자 했던 영과 달리 샹폴리옹은 죽는 날까지 로제타석 비문의 해독, 이집트 문자의 해독에 몰두하였다. 영이 다방면의 천재였다면 샹폴리옹은 언어학의 천재였다. 16세 무렵에 12개의 언어를 마스터했으며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고대 이집트어의 일종인 콥트어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후 라틴어, 그리스어, 이집트어,히브리어,시리아어,산스크리트어 등 고대 언어를 공부하고 역사학 부교수로 재직하던 중 로제타석의 비문 해독을 담당하였다.
이집트 문자는 신성문자 혹은 신관문자와 민중문자로 나뉘는데 공식기록이나 정부문서, 행정문서 등을 기록하기 위해 복잡한 도형문자를 간소화하고 추상화하여 기록한 것이 신성문자이다.이후 식자층이 증가하면서 도형이 아닌 극도로 간결해진 문자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을 민중문자라 부르고 이는 이집트상형문자의 최종진화본으로 평가된다. 로제타 스톤에는 그리스어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정체인 신성문자, 그리고 민중문자가 모두 기록되어 있는 고대언어의 보물창고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로제타석에는 고대이집트의 신성문자와 민중문자 그리고 그리스문자로 같은 내용이 세 가지 버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에는 이미 그리스어 해독이 가능하여 로제타 스톤의 그리스어 부분을 번역할 수 있었다. 고대이집트문자는 고대이집트어를 기록하기 위한 상형문자로 4000여년간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문자이다. 이 고대이집트어의 후예가 샹폴리옹이 관심을 가졌던 콥트어이고 현재는 아랍어로 대체되었으나 사어가 되었다고 한다.이집트가 그리스문화권에 들고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면서 민중문자역시 콥트문자에 밀려 이미 사라질 위기에 있었는데 100년간 이슬람제국의 통치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 이집트지역의 문자와 언어는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1822년 샹폴리옹은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석과 문법체계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책을 편찬했는데 1823년 영이 샹폴리옹의 체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을 추가하여 '이집트 문화와 상형문자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샹폴리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과를 영과 나누는 것이 불쾌하게 여겼고 해독의 기초를 마련한 영의 입장에서도 샹폴리옹이 불편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영국인인 영과 프랑스인인 샹폴리옹의 불편한 관계는 당시의 영-프간 정치적 긴장감까지 더해져 협업이 아닌 각자의 노선으로 힘든 작업을 하게 된다.
샹폴리옹은 42세의 나이로 요절하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이 지금 죽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아쉬움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프랑스혁명을 지지한 공화주의자였는데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다. 힘든 도피생활 중에서도 로제타석 해독과 이집트문자 언어를 계속하면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이 때문에 요절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샹플리옹이 로제타석을 완벽하게 해독하게 된 계기는 상형문자는 뜻글자일 것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문자들이 각각의 분절음을 나타내는 소리글자일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덕분이었다. 샹폴리옹은 대응표를 만들어 가며 고대이집트문자의 음가를 알아내고 이를 토대로 이집트어 해독에 성공하게 된다. 소설 개미를 보면 개미언어번역기계이야기가 나오는데 개미가 내뿜는 페로몬을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분리, 해독한 뒤 전자화하여 언어와 합성, 소리로 들려주는 기계이다.이 개미언어번역기계는 로제타석을 해독한 샹폴리옹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흥미롭게 보았던 만화영화 '명탐정 번개'(9년뒤인 1995년 재방영시에는 셜록 하운드)에도 로제타석이 본래를 프랑스것이라며 영국에서 로제타스톤을 훔치는 도둑의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는 지금까지도 영국에게 로제타스톤을 반환하라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동시에 이집트의 요구에는 영국과 뜻을 합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오죽하면 로제타석 발견 200주년 행사에 '이집트 네 의견따위 필요없어, 넌 상관하지마!'라는 태도로 영-프 두 나라의 기념행사를 거행했을까! 이집트로서는 참으로 속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는 우리 마음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꺼 다 내놔!
지금이야 잘생김을 연기하는 오이오빠홈즈가 익숙하지만 이때만해도 나의 명탐정은 개였다. 일본과 이탈리아의 합작만화인데 이탈리아측에서 사람이 아닌 개로 그리기를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개같은경우를 보았나....(욕아님) 아니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