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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30. 2017

#3고흐미술관 꽃피는아몬드나무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그림에 따라 그 명성에 압도되어 그림이 내게 건네는 이야기보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았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시선을 잡아끌어 마음속으로 달려드는 그림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하염없이 긴 줄을 서서 입장한 끝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한 무리의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며 바라 본 '천지창조'가 그 그림에 대한 인상을 내 마음 속에 새기기도 전에 지치고 압도되어 버린 그림이다. 반대로 고흐꽃피는 아몬드나무(Almond blossom)은 그 자체로 대단히 유명한 그림이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만나 깊이 빠져든 그림이다.


꽃피는 아몬드나무,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남편이 건낸 작은 엽서 한 장에는 하얀 꽃이 가득했었다. 고흐의 그림인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사왔노라 덧붙였다. 옥색이라 할 수 있을까? 푸르다고 해야 하나? 심해의 물빛같기도,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운 하늘빛같기도 한 푸르름이 신비로워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엽서로 내게 건내진 고흐의 그림은 나로 하여금 상상하고 생각하고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았겠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궁금증이 생기고 일초의 간극도 없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던 시기는 아니었다. 어찌보면 그 시절에 이 그림을 우연히 만난 것이 다행일런지도 모르겠다.


벚꽃인가? 복숭아꽃인가? 이후에서야 아몬드나무의 꽃임을 알았다. 왠지 아몬드나무는 도토리나무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장미과의 자두속이란다. 그래서 학명도 Prunus dulcis, 한자로는 복숭아 도(桃)자를 써서 편도라 한다. 아몬드나무꽃이 복숭아꽃처럼 보였다해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     왼쪽이 복숭아꽃이고 오른쪽이 아몬드꽃이다.


그후로 고흐미술관에 들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아몬드꽃나무가 그려진 에스프레소커피잔과 자석과 머그컵 등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고흐의 그림을 닮았다며 장식용전등을 사들고 와서는 신이 나서 밤새 불빛을 바라보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만개한 꽃나무를 그려 벽에 걸어보기도 했다. 이렇듯 고흐의 아몬드 나무는 고흐의 사연과 별개로 나의 삶에 들어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꽃피는 아몬드나무에 얽힌 고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결같이 고흐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동생 테오, 테오는 아들이 태어나자 형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빈센트라 지었다. 그러자 고흐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 조카에게 축복과 사랑을 전하고자 피어나는 아몬드꽃나무를 그려 선물했다.아몬드는 2월이 되면 제일 먼저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의 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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