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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31. 2017

#4고흐미술관, 연인들의 정원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Garden with Courting Couples,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고흐의 그림이라기 보다 모네 또는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몽환적인 정원의 풍경, 그리고 나란히 서로의 곁을 지키는 남녀 두쌍, 연인들이라는 그림제목의 설명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연인들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남녀의 모습이다.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고흐의 그림에서 인상주의화가 르누아르와 모네를 떠올리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자연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자 했던 사실주의에 대한 염증으로 혹은 사실주의의 심화로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하여 가장 극적으로 표현해 내는 인상주의의 시대가 열린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빛과 색에 집중하게 된 것은 빛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한 순간을 화폭에 온전히 그려내기 위해 색을 중시한 반면 후기인상주의로 구분되는 고흐는 외부의 인상이 아닌 내부의 감성을 쏟아 부어 그려내는 도구로 색을 이용한다.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상반되지만 가장 완벽한 사실주의 또는 사실주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인상주의는 사실대로 그려내기 위해 색을 사용했고 고흐는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대상을 받아들인 개인의 이미지를 그려 내기 위해 색을 사용했다. 얼핏 닮아보이지만 자세히 다가가 보면 인상주의화가들의 그림과는 다른 차별점을 보여주는 고흐의 그림이다.


나는 내 눈앞에 있는 물체를 정확히 재현하기 보다, 색채를 제멋대로 구사하여  나만의 것을 강하게 표현하려 해



이 그림으로 고흐는 후기인상주의의 서막을 열게 되는데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연인들이 함께 있는 공원은 빛으로 색으로 표현되어 형체가 부서진 듯한 인상주의 그림에 비해 매우 세밀하고 선명하다.정원을 찾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과 화사한 꽃이 가득한 정원을 침착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나무밑둥하나하나까지 세밀히 그려냈다.


세부까지 정밀하게 묘사하여 구성하는 방식은 신인상주의 조르즈 피에르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에 영향을 받았다고도 한다.또 한 가지,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의 중간단계인 신인상주의는 색의 분할을 시도하였고 이는 점묘법으로 발전한다.  고흐는 점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모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점대신 짧은 선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고흐가 크게 매력을 느꼈던 일본판화가 이런 발상을 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후 수많은 자화상과 아를의 풍경화 등 짧은 선들이 모여 만든 고흐만의 걸작들이 탄생한다.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시카고미술관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두 쌍의 연인들은 세 번에 걸쳐 덧칠을 해가며 공을 들여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은 연인들이 있는 정원, 연인들의 정원이라고도 불리우지만 공원의 연인들 또는 봐이예 달장송 공원의 연인들이라 부른다. 고흐가 애초에 그림의 제목을 정원의 연인이라 한 것으로 보아도 그림 속 연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대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살아 생전 화가로서 명성을 얻지 못했던 고흐는 사랑의 길또한 순탄하지 않았다. 고단하고 외로운 고흐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을 어떤 심정으로 그렸을지 사뭇 궁금하다.



사실주의 작가와 그림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꾹


https://brunch.co.kr/@lifeinfinland/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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