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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01. 2017

빼앗긴 들에도 온다던 봄이여

그녀가 구속되던 날, 이곳에는 눈이 내렸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 후략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창 너머 너른 들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싯구절이 있다. 이곳에 이사오기 전에는 물끄러미 시선을 던지고 제멋대로 거두며 계절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지 아니하였건만 길고 긴 핀란드의 겨울을 겪으면서 주책없이 봄을 기다린다.


햇살이 따사로와 창을 열면 칼날같은 바람이 아직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폐 깊숙한 곳까지 단숨에 내달려 오더니만 오늘 아침엔 기어이 흰 눈이 펑펑 쏟아져 봄을 기다리던 나를 약이라도 올리려는듯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몇 달을 보고 또 보았던 풍경을 4월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또다시 마주한다. 이곳 사람들이 4월까지도 스노우타이어를 교체하지 않는 이유다. 봄을 축하하며 주고 받는 노란 꽃이 조금은 민망하다. 벌써부터 노란 꽃화분을 전하며 봄인사를 건네는 이곳 사람들의 순진함에 그저 웃는다.


작년 봄, 친구들에게 노란 봄선물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보니 마트에 온통 노란 꽃 천지다. 올해는 친구들을 위해 나도 봄선물을 준비했다.


아직은 봄이 아니야, 하지만 봄이 멀지 않은 것 같아

어쩌면 바로 여름이 될런지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거야



봄이란

그네타는 아낙이 올림머리마저 풀어 헤치고

홀로 앉아 우두커니

그렇게 앉아 있는 모습만 보아도 미소지어지는

그렇게도 그렇게도 기쁜 거란다.





오전내내 눈이 내리더니 아이들이 하교할 무렵에는 그 많던 눈이 다 녹았다.


엄마, 눈온게 오늘 아침인가~~ 어제 아침인가~~~

잘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말끔하게 눈이 녹았는데 눈이 내렸다가 녹기까지 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변화무쌍한 핀란드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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