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베르메르와 빛의 여인들
같은 유럽이지만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남유럽과 서북유럽은 인종도,날씨도,문화도 다른 양상을 보이곤 한다. 아시아권이지만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차이를 연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부흥기를 누렸던 남유럽의 작품이나 도시에 대비하여 북유럽의 000라고 이름지어 애정을 쏟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벨기에의 브뤼허나 러시아의 쌍트 뻬쩨르부르그를 북방의 베니스라 칭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다 한들 모나리자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토록 유명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네덜란드 화가의 신비로운 여인 초상을 북방의 모나리자로 불리우게 하였으니 그 작품의 주인공이 바로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의 대표선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다.
북방의 모나리자 또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지만 다빈치의 모나리자와는 대별되는 색다른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의 인기덕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듯 살짝 몸을 틀어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은 나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듯 하다. 살짝 벌린 입술에서 소녀는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 하고 어두운 배경은 그런 그녀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터번은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그녀의 황색 계열의 옷과 대비되는 푸른 터번은 소녀의 하얗고도 하얀 피부를 강조해 준다. 그리고 화룡정점이라고 해야 할까? 소녀의 하얗고 매끄러운 진주귀걸이는 빛을 받아 반짝, 영롱하게 빛난다. 눈썹과 속눈썹이 생략되어 신비로우면서도 이국적인 모습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느낌이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삼십 점 조금 넘는 작품을 남겨 다른 유명 화가들에 비해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의 그림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그림에 담고 있다.
헤이그와 로테르담 사이의 작은 마을, 헤이그에서는 기차로 십분 거리인 델프트출신의 베르메르는 가난한 화가였다. 모델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그림의뢰를받는 일도 드물었던 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특히 여인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는 빛이 스며있다.
자연의 빛을 해석하여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화가의 본분이라는 점에서 베르메르의 빛은 조금 색다르다. 베르메르이후의 인상파화가들은 빛에 따라 변모하는 자연과 정물에 촛점을 두었고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한 극적인 표현을 즐겼다. 반면 베르메르는 빛이 스며들어 그림에 녹아드는 그림의 일부가 된다. 어느 평론가는 베르메르의 빛을두고 그림에 속삭이는 빛이라고도 표현했다.
베르메르가 그려낸 인물은 빛이 스며드는 장소에서빛을 맞이한다. 인물과 배경은 빛이 비추는 바에 따라 조금 어둡기도 밝기도 한 그 상황속에 그대로 있을 뿐이다. 베르메르의 그림들 중에서는 왼쪽상단에 창이 있고 그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구도로 이루어진 것이 많은데 베르메르의 집 구조가 그러했을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기도 한다.
베르메르는 명성에 비해 작품수가 많지 않아 위작도 많고 아트테러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워낙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그림을 훔쳐간 뒤 돈을 요구하기 보다 정치적 협상의 수단으로 삼거나 심지어는 꽁꽁 숨겨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정치적 목적으로 그림을 훔친 경우의 절반 이상이 베르메르의 그림을 훔쳤다. 가드너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던 세 사람의 음악회는 도난당한 이후 아무도 소식을 알지 못한다. 훔쳐 간 사람만이 진실을 알고 있겠지...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우리는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
베르메르의 그림 위작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미치광이 전쟁광으로 여겨지는 이미지와 달리 히틀러는 미술애호가였다고 한다. 히틀러는 베르메르의 그림 역시 수집을 했는히틀러에게 네덜란드의 문화유산인 베르메르의 그림을 팔아넘긴 메헤렌이라는 사람이 전쟁이후 재판에 회부되었다.재판을 통해 메헤렌이 히틀러에게 팔아 넘긴 베르메르의 그림들은 진품이 아닌 메르헨의 위작이었음이 드러나고 메르헨은 국보를 넘긴 매국역적에서 히틀러를 농락한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당시 화제가 되었던 대표적인 위작이 푸른 옷을 입고 편지를 읽고 있는 여인이다. 메르헨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히틀러를 골탕먹였다는 사실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고 하니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