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엔 Seurasaari open air museum과 암석교회에!
부활절은 기독교의 축일 중 하나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다. 부활절을 뜻하는 영어 Easter와 독일어 Ostern은 원래 튜튼족이 숭배하던 ' 봄의 여신'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낮과 봄의 떠오르는 빛의여신 에아스트레(Eastre)의 날이 기독교식으로 토착화되어 영어 Easter가 되었다고 한다.
기원은 춘분절, 봄의 여신 축제이며 부활절에 달걀을 나누어 주는 유래는 이집트등지의 춘분 축제에 달걀을 나누어 먹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달걀은 생명이 싹트는 봄의 생명과 부활, 다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늘에서 유프라테스강으로 떨어진 거대한 달걀에서 여신 아스타르테가 부화되었다고 고대이집트인들은 믿었다. 이후 고대이집트인들과 그리스인들운 달걀을 종교의식에 사용했다고 하니 십자군 전쟁에서 어느 군인의 아내가 달걀을 나누어주며 부활절 달걀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기독교인들의 설명 이전에 이미 부활절 달걀이 전해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독일에서는 3일간의 카니발 후, 긴 사순절시기를 보내고 부활축일을 맞아 퍼레이드와 축제를 즐기는데 성목요일에 온 가족이 모여 달걀을 초록으로 칠해 장식한다.그리고 모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모아 태우며 봄맞이를 하는데 이는 부활절 Bornfire의 유래가된다.
빨간 달걀을 넣어 부활절 빵을 만드는 불가리아, 부활달걀과 빵,소금, 흰 소세지를 축복바구니에 넣어 축성을 받는 폴란드, 왕관 모양의 빵을 만드는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활절 준비를 한다. 성 금요일부터 부활절까지 프랑스 교회의 종은 울리지 않는데 이 시기에 종이 로마로 날아간다는 전설때문이다. 프랑스아이들은 이 전설때문에 혹시나 부활절 아침, 로마로 날아갔던 종이 집앞으로 날아오지 않을까 문앞을 살핀다. 폴란드 사람들은 부활절 다음 월요일 물을 뿌리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다.
핀란드의 부활절 풍습은 어떠할까?
부활절이 오기 전, 일요일에는 새순이 돋은 버들개지를 깃털로 장식해 흔들며 이웃에게 축복을 비는 주문을 외워 주고 초콜렛을 받는 부활절 마녀놀이를 한다.
부활절 전날밤에는 커다란 모닥불을 지펴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이 오기를 기원한다. 헬싱키인근의 야외박물관 Seurasaari open air museum에서는 이 풍습을 따라 Easter Bornfire 행사를 개최한다.
이곳 박물관은 우리로 치면 민속촌과 유사한 곳인데 멋진 경치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매서운 추위때문에 5월중순이 되어서야 개장을 한다. 하지만 추위를 무릅쓰고라도 방문할 용기있는 사람들을 막아서지는 않는다. 매표소와 박물관, 카페 등은 문을 닫지만 야외시설물들을 돌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말리고 싶다.정말 추우니까
부활절 전날은 Bornfire행사를 위해 행사장주변 피크닉에어리어에 불을 지펴둔다. 장작도 잔뜩 쌓아 두는데 누구라도 불을 피워가며 즐길 수 있다. 불 지피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고 따뜻하기 때문에 나도 한참 불을 지피며 놀았다.
핀란드사람들은 가족단위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추위에 맞서 피크닉을 즐기며 Bornfire를 기다리는데 이날 피크닉의 백미는 소세지굽기이다. 가까운 매점에서는 소세지를 미쳐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소세지를 판매하기도 한다.
4월중순이지만 물가의 숲속 야외박물관은 만만히 이겨낼 수 있는 추위가 아니다. 핀란드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4월이라는 생각에, 그간의 햇살에 속아서 조금 허술하게 채비를하고 나섰더니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Bornfire에 앞서 이런 저런 공연을 하고 있었지만 소세지를 핑계로 불가에서 꼼짝을 하지 않을 수밖에
드디어 대형모닥불이 피어오른다. 진행을 하는 사람이 뭐라고 축복의 말을 한참했는데 핀란드말이라 그냥 축복이려니 했다. 잠시후 불이 타오르는 동안 구경 온 꼬마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해준다. 작은 별이나 곰 세 마리 등의 동요를 핀란드어버전으로 들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언어의 특성상 좀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추웠다. 너무 추웠다. 이후 행사는 뒤로 하고 Bornfire 축복만 받은 채 돌아왔다. 축복이고 뭐고 얼어죽으면 그만아니겠는가
부활절 당일저녁에는 헬싱키의 명소 중 하나인 암석교회에서 부활절콘서트가 열린다. 암석교회는 거대한 암석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그 자리에 교회를 지은 것으로 핀란드지반은 거대한 암석지반이 많아 핀란드지형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오느날에는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실제 핀란드의 지하 주차장은 대형동굴과도 같은 곳이 상당히 많다. 땅을 파고 보니 거대암석이 있으니 암석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핀란드의 지하수가 깨끗한 것도 지하에 숨어있는 거대암석들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암석교회에서는 특별한 날, 특별한 공연을 무료로 개최하여 시민들을 맞이하곤 하는데 크리스마스나 부활절공연이 주요 행사 중 하나이다. 경회루에서 서울시향이 시민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준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겠지? 암석교회의 부활절 공연도 매우 인기가 있어 자칫하면 좌석이 부족해 입장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일부사람들은 쉬는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들 덕분에 생긴 여유좌석을 기대하며 한 시간동안 교회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부활절 즈음에 핀란드에 방문한다면, 단단히 챙겨 입고 쏘세지를 챙긴 뒤, 세우라사리에 찾아가자. 암석교회의 멋진 콘서트역시 잊지못할 헬싱키의 저녁을 선사할 것이다. 모두 무료행사이니 부담없이 즐겨보자. 물론 현장에는 관광객은 거의 없고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이 시기에 여행을 오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일 것이다. 시내 마켓광장이나 헬싱키대성당에는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했으니 말이다. 비엔나가면축제나 네덜란드 툴립축제처럼 일부러 이 시기를 맞추어 방문할 만큼 대단한 행사는 아니지만 이왕 이 시기에 헬싱키를 방문했다면 꼭 들러보자. 어차피 저녁에는 특별한 일정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