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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y 03. 2017

헤이그, 그곳에 가면 당신이 있습니다

이준 열사 기념관 방문

미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흐로닝언에 들르고 튤립을 보기 위해 퀘켄호프에 들르고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들른 네덜란드여행


헤이그에는 당신이 있습니다.


110년 전, 만국평화회의 또는 헤이그회담이라 불리우는 국제평화회담의 자리에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고종황제의 특사로 길을 나선 이준, 블라디보스톡과 쌍트뻬떼르부르크를 거쳐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어렵사리 헤이그에 당도하였지만 평화회의장에 참석조차 하지 못하고 약소국의 외교관3인은 좌절하고 만다.


제1차 헤이그회담의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육상전에 집중된 법규를 해상전에 까지 확장하기 위하여 열린 2차회담에서 영국은 독일을 염두에 두고 군비 제한을 추진한다. 독일함대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독일주도의 국가들은 영국과 맞서게 되고 영국은 이에 대항하여 세를 넓힐 필요가 있었다. 마침 러시아의 남하에 대비하여 일본과 영일동맹을 맺었던 영국은 고종의 특사가 회담장에서 일본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도록 두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영일동맹을 맺은 영국의 방해로 헤이그특사사건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되어지는 대목이다.


혼란스러운 침탈의 연속인 국제정세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개탄과 울분으로 혹자는 이준이 자결하였다고 한다. 그가 묵었던 호텔 숙소에서 시체로 발견된 터라 죽음의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과 독립운동사의 영웅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의하여 자결설이 공공연한 사실로 정착하게 되었다. 자결설과 살해설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자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열사로 칭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자결이든 살해든 머나먼 타국에서 이준을 비롯한 3인의 상실감과 설움이 오죽했으랴...


기록에 의하면 교포사업가가 이준이 묵었던 숙소의 건물을 사들여 기념관으로 꾸리고 그를 기리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이준열사 기념관이며 교포사업가라는 분은 아마도 이곳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을 맞이하고 계시는 노부부가 아닐까 싶다.

기념관의 전시품을 차분한 마음으로 살피다 보니 이준의 비문에 새겨진 이름의 한자와 영문을 이상설, 이위종이 각각 썼다고 적혀 있다. 뜻을 함께했던 동지의 비문에 그의 이름을 적어내려간 나라잃은 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2층 전시실 마지막 방에는 커다란 테이블위에 하얀 보가 펼쳐져 있고 먼저 다녀간 방문객들의 메세지가 적혀 있다. 딸들과 한 자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마음에 새겼던 먹먹함을 부족하나마 글로 적어내렸다.


하얗게 펼쳐진 메세지 중에는 투표를 하고 나서 이곳에 들르니 가슴이 더욱 벅차다는 방문객의 글귀도 보였다. 혹여나 투표를 하지못할까 여행 중간에  들러 투표를 했던 헤이그다.


다시 찾은 헤이그에는 그가 기다리고 있다. 당시의 비통함이 먼 일이 아닌 듯, 대한민국의 현실에 마음이 아프고,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정치판과 유권자들의 인식에 가슴이 미어진다.


5월 9일

그날이 오면, 대한민국은 일보 전진할 수 있을까

적폐청산, 정권교체를 이뤄나갈 수 있을까


2017.5.1 방문에 남긴 메세지
이준열사가 실제로 묵었던 방, 그는 이곳에서 숨진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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