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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27. 2017

Keukenhof, 아이가 꿈꿨던 유럽의 봄

네덜랜드 Lisse의 튤립축제

내가 작은 아이만큼 혹은 그보다 어렸던 삼십년도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백과사전 한 구퉁이에 실린 사진 한 장 속, 오색창연한 튤립의 향연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자라서 네덜란드 튤립축제를 꿈꿨던 그 즈음의 딸들을 데리고 Keukenhof(퀘켄호프)라 불리우는 유럽의 봄, 세계 최대의 꽃축제장을 찾았다.


시내에서 197번 시내버스 또는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네덜란드에 첫 발을 내딛었던 스키폴공항까지 되돌아나간 뒤, 퀘켄호프와 공항을 연결하는 858셔틀버스를 타고 3,40분 더 달려가면 행사장입구에서 바로 내릴 수 있다. 플랫폼은 어디인지 이 방향이 맞는지 구입한 티켓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은 보호자로서, 안내자로서의 책무다. 언젠가부터 여행은 내가 즐기는 기쁨과 행복보다 아이들의 가슴속에 추억을 새기고 견문을 넓혀 풍부한 시각을 갖도록 돕는 양육자의 조금은 숭고한 목적의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무살무렵이 되어서야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고 이십여년 전 그때는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수월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이가 꿈꾸었던 튤립축제의 풍경은 꿈으로만 남아 있었다.


퀘켄호프라고 검색해 봐,
우린 4월 마지막 주에 그곳에 갈꺼야


과잉의 시대


마음 속에 간직하고 꿈꿔볼 기회도 없이 딸들은 퀘켄호프를 다음 여행지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인지 꿈꿀 기회를 잃는 것인지 조금은 아리송해진다.


매년 3월중순부터 두달간 열리는 이 축제는 4월중순이후가 적기라고들 한다. 4월초까지만 해도 꽃송이가 다 피지 않아 아름다움이 덜하다는 이유와 여전히 차가운 공기는 어깨를 움츠리게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봄은 생각외로 춥고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해 이맘때는 한낮에 반팔을 입을 만큼 기온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올해는 두툼한 패딩에 털모자와 목도리까지 장착하고도 튤립꽃밭사이 물길을 배타고 오가려면 추위와 맞설 것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즈음의 기온은 뚝 떨어져 있다.



흐리고 비가 오고 가끔 우박이 쏟아지는 날씨를 끈기있게 이겨내고 드디어 햇살이 환하게 내리쬐는 날을 맞이했다. 햇살아래 최고로 예쁜 모습으로 딸들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튤립축제다.


찬 바람만 없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만개한 튤립과 햇살만으로도 충분하다.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입장객을 반기는 거대한 튤립언덕에 환호를 하며 달리는 딸들, 손가락 두어마디를 접어 보이더니 엄마의 화병에서 보았던 튤립은 요만했는데 이렇게 큰 꽃송이도 있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 한다. 들여다 보느라 사진을 찍느라 당췌 제자리만 빙빙 도는 듯 입구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곳이 얼마나 넓은데 여기서만 뱅뱅 도니??? 그래, 별 수 없구나. 하루 종일 이곳 저곳 뱅글뱅글 도는 수밖에...


꿈꿔 온 시간은 없다지만 추억으로 간직할 시간은 더 많다고, 오래오래 예쁘게 간직하라고 혼자 되내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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